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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9 02:13

그대, 나 그리고 100booksclub

조회 수 1475 추천 수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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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오늘 난 결혼했다.

 

그 날은 눈이 왔고,
청바지와 면티부대의 그의 친구들이 있었고,
온갖 체력테스트로 흘리던 그의 억수같은 땀과,
그리고 새로운 이름을 얻은 내가 있었다.

 

3년동안의 연애기간동안 그는 나의 연인이자 친구였고, 무엇보다도 강한 경쟁자였다.
경쟁자의 위치에서 우린 서로가 가진 더 나은 것들을 배우려는 시도들로 더 나은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결혼을 한 이후부터  나는 조금씩 경쟁자로서의 위치를 등한시하고,
새로운 이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누구누구의 아내, 부인, 와이프, 마누라 등.
핑계라면 핑계지만 이 새 이름을 가지고선 그와 제대로 경쟁할 수 없었고,
그의 뒤에 조용히 있으면 그의 것이 나의 것이 되는 것 같았다.

 

그는 결혼을 하고 나서도 어떤 것에라도 빠져서 헤어날 줄 몰랐고,
또 '임신'이란 새로운 핑계거리 뒤에서 나태해질만큼 나태해진 나와
최근에 100 booksclub이라는 바퀴를 달고 가속도를 내며 발전해 나가는 그와의
간격은 점점 벌어져 가고 있었다.

 

위기감이 생겼다.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경쟁심도 생겼다.
이 무거운 몸에도 바퀴만 잘 달아주면 앞으로 쭉쭉 나아갈 것 같았다.

 

하지만 바퀴를 달아줄 것 같았던100 booksclub 은 나에게는 생소했다.
자연과학이 없는 책읽기란 독서인생의 50%도 달성하지 못 한 것이라는 발언 앞에
나는 '이거다'라는 감동이 아니라 '이게 뭐야'라는 반발심이 들면서
종교집단처럼 자연과학에 빠져있는 남편이나 회원들이 이상하게만 보였다.

 

나는 자연과학이 빠진 책읽기에도 충분히 만족했는데,
나의 상식과 논리적인 사고는 어디가도 그다지 빠짐이 없었는데,(어디서 오는 자만심인지)
이 의문과 의문이 끝없이 이어져 결국 난 밤새 남편과 토론을 벌였고,
박문호 박사님에게까지 물음이 이어졌고,
결국 자연과학독서를 해보고 나서 할 말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결론을 지었다.

 

현재 나는 자연과학독서에 푹 빠져있진 않고 조금씩 건드려보고 있다.
독서토론과 천문학모임, 뇌과학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2~3시간동안의 독서토론이나 뇌과학 모임, 거의 6시간을 육박하는 천문학 강의도 1분의 졸음없이
듣고 있는 나를 보면 이 수동적인 자세는 얼마 가지 못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젖다보면 언젠가 폭풍우에 젖는 것처럼 젖을 날이 오지 않을까..

 

이제 남편은 나에게 경쟁자이기보단 선생님이다.
100 booksclub 이 학교수업이라면 그의 수업은 과외수업이다.
내년에는 보다 가벼운 몸으로 일취월장하는 나를 그려본다.
아마도 그땐 남편이 애를 보고 있지 않을까? ^^;


P.S.  오늘 결혼 2주년 우리의 이벤트
거리의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가지 않은 가깝고도 먼 대전시민천문대 가서 별을 보는 것.
이제 나에게 별이란 '반짝 반짝 작은 별'이 아니다. ^^

 

 


 
  • ?
    임석희 2007.12.19 02:13
    노력하는 영주씨 모습이 참 이뻐요~ ^^*
    화이링~!!!
  • ?
    김주현 2007.12.19 02:13
    아~ 멋지다. *^^* 그대, 나 그리고 100booksclub
    언니의 낭만의 결혼 2주년 특별 이벤트 이제 나에게 별이란 '반짝 반짝 작은 별'이 아니다. ^^
  • ?
    송나리 2007.12.19 02:13
    두분의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려요~
    별은 잘 보고 오셨어요?
    내년에 제트엔진 달고 후릉~ 날아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 ?
    이나영 2007.12.19 02:13
    와~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당. (행복한 시간 보내셨는지요?? ^^)
    글도 잘 읽었습니다.
    경쟁자에서 스승으로 변한 '남편'과 더욱 일취월장할 '나'... 정말 멋지십니다~!
  • ?
    조동환 2007.12.19 02:13
    토요일날 하는 '별음악회' 추천드립니다.
  • ?
    김현주 2007.12.19 02:13
    남편을 기꺼이 경쟁자라 말씀하시며, 서로 진화해가려는 의지가 돋보입니다.
    저도 해볼까 합니다. 2008년엔 경영과 경제 분야로 시작하실 듯하여 나름 기대가 되고, 걱정도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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