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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12/17 - 독서클럽과 나와의 만남...

by 서윤경 posted Dec 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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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1년간의 섬생활을 정리하고 올라오게 되었고 오자마자 제일 먼저 책장의 책들을 정리해야만 했다.
그동안 늘어난 책들을 기존의 책장이 감당 못한채 그냥 방바닥에 쌓아 올려 놓았거나 그냥 박스에 넣어둔 채 있었기에 이참에 아주 책장을 새로 더 구입하고 각자 자신들의 위치를 잡아주었다. 멋있게...하지만 그래도 자리를 못 잡는 녀석들은 그냥 박스채 버렸다. 무려 4박스나 말이다.




 

정리하다보니 책들 사이에 교보문고에서 발간하는 소책자 "사람과 책"이란 잡지가 있었고 왜 여지껏 책장 한켠에 놓아두었나 싶어 집어드는 순간... 아! 하는 반가운 기억이 스쳤다. 바로 나에게 백권클럽을 알려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2004년도 11월초에 강남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러 늘 하듯이 서점 순례를 하다가 마땅히 살 책이 없어서 무료 배포하는 이 책자를 집어들고는 근처 모밀국수집에 가서 들춰보던중 백권독서클럽이 소개되는 페이지에서... 어? 대전? 가까운 전자통신연구소? 저녁 7시? 아무나? 모든 조건이 내가 참석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작심하고 클럽 홈페이지에 밝혀져있는 송윤호 총무의 핸드폰으로 무작정 전화 걸어서는 참석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건넸다. 전화상으로도 착실함이 느껴지는 보이스의 송총무와의 통화를 통해 더욱 용기를 가지고 제 58회차 모임부터 참석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서 낯선 모임에 참석하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무작정 전화하는 용기를 냈던게 몇번이나 되었던가. 물론 처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3년전 그때 당시 나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무리에 끼고 싶었고 그런 모임에서 지식적 교류 내지는 소통을 통한 긍정적인 자극을 윤활유 삼아 어떻게든 내 자신이 녹스는 것을 더디게 하고자 무던히 애쓰고 있었던거 같다. 이런 내면적인 갈구가 일단은 백권독서클럽의 문까지는 두드리게 했다. 첫 출석한 모임에서의 느낌을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기대했던 이상으로 균형잡힌 모임이었다는 것이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농담이나 오가는 분위기도 아니면서 적당한 웃음과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품격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후 지금까지 나는 독서클럽을 통해 충분한 윤활유를 공급 받았다. 첫째, 독서에 대한 호흡이 침착해졌고 ("양자역학의 모험"과 같은 수식을 죽 따라가야 하는 책도 독파했고 "실마릴리온"과 같이 몇대에 걸친 잘 외워지지도 않는 인명(?)들이 가득한 책도 독파했보았기에 말이다) 둘째, 이전에는 마음이 머물고 눈이 머물던 책들만을 읽었다고 한다면 독서클럽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좋은 책들을 소개 받아 의무감을 가지고 읽는 과정을 통해 나의 주변머리가 좀 더 넓어진거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변인들이 나를 책 많이 읽는 독서가로 착각해주는 희열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이건 다분히 저만의 착각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점에 가고 책을 사는 이유가 지적 욕구 충족, 정서적 위안, 재미라고 생각했을때 나에게 백권독서클럽을 통한 책읽기는 이 모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