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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각종 업계를 이끌어온 최고경영자(CEO)들은 주로 어디서 창조적 아이디어를 얻고 생각할 거리를 공급받는가? ‘아이디어가 돈’이라는 말은 현대 비즈니스의 ‘황금 언어’가 되어 있다. 밥 먹을 때도 오고, 길 가다가도 얻고, 얘기하다가도 떠오르는 것이 아이디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영감처럼 아이디어도 평소에 준비되어 있는 사람의 머리에만 찾아온다. 녹슬고 무딘 안테나에는 아이디어가 걸려들지 않는다. 문제는 그 CEO들이 평소 어떻게 자기네 안테나를 섬세하고 예민한 상태로 준비해두느냐라는 것이다.




-고전 책 읽는 요즘 경영자들-


뉴욕 타임스 신문은 지난 21일자 인터넷 판에 ‘CEO들의 성공의 열쇠’에 관한 기사 한 꼭지를 내보내고 있다. 그 열쇠는 놀랍게도 ‘서재’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업계를 이끌어온 주요 CEO들의 상당수가 자기 집이나 회사 집무실에 개인 도서관 규모의 큰 서재들을 갖추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속도전 시대에, 인터넷과 전자매체로 무슨 정보이건 쉽게, 빠르게, 싸게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시대에 책으로 꽉 찬 서재라?




더 놀라운 것은 그 CEO들이 즐겨 읽는 책의 종류다. 틀림없이 경영이나 비즈니스에 관한 책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얼른 들지만, 천만에 말씀, 기자가 취재한 ‘서재’파 CEO들 중에 경영이나 비즈니스 책을 열심히 읽는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럼 무슨 책? 시, 소설, 전기, 역사, 철학 같은 이른바 인문학 계열 책들이거나 예술서들이다. 예컨대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가 지금도 즐겨 읽는 것은 아시아 역사에 관한 책, 미술 책, 시집이다. 유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 마이클 모리츠가 노상 꺼내어 읽고 또 읽는 책은 티 이 로런스의 ‘지혜의 일곱 기둥’이다. 신용카드 사업의 아버지이자 ‘비자’ 창업자인 디 호크가 서재 탁자에 펼쳐놓고 매일 읽는 것은 12세기 페르샤 시인 오마르 카얌의 시집 ‘루바이야트’다.




티 이 로런스? 오마르 카얌? 젊은 세대들로선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이름들일 것이다. 영화로 알려진 ‘아라비아의 로런스’가 바로 그 로런스라는 걸 아는 사람은 더러 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책 ‘지혜의 일곱 기둥’은 금시초문일 것이 틀림없다. 대학에서 세계문학 강의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오마르 카얌이라는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시집 ‘루바이야트’를 읽어보는 젊은이를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다. 사운드 시스템 사업의 대부격인 시드니 하만은 셰익스피어, 테니슨 같은 시인들과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같은 소설의 애독자다. 이런 작품들도 지금은 젊은 세대의 관심 대상에서는 한참 멀어진 책들이다.



CEO들은 왜 이런 책을 읽는가? 시인 경영자를 구하려 했으나 구할 수 없어 스스로 시인과 비슷해지기로 했다는 시드니 하만은 말한다. “시인들은 우리가 생각한 ‘시스템’을 생각해낸 원초적 사상가들이다. 그들은 우리가 처해있는 복잡한 환경들을 이해 가능한 것으로 바꿔준다.” 또 ‘세일즈맨의 죽음’이나 ‘이방인’ 같은 작품은 일하는 삶의 품위를 정의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그 작품들의 시적 품질을 노동자 친화적 공장 환경에 들여오고 싶었다는 것이 CEO 하만의 말이다. “나는 논픽션보다는 픽션을 더 많이 읽는다. 비즈니스 책은 거의 읽지 않는다. 유일한 예외가 앤디 그로브의 ‘헤엄쳐 건너기’인데, 그것도 비즈니스와는 관계없이 어떤 탁월한 개인의 정서적 바탕을 기술한 책이다.”



-가치는 가격이 아닌 문화에서-

모든 것에 ‘가격’을 갖다 붙이고 모든 가치들을 돈이 되는가 안 되는가의 잣대에 의한 가격체계로 바꿔놓는 것이 우리 시대다. 오늘날 문화는 ‘오락’이다.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쪼가리 뉴스가 심층적 분석과 신중한 판단들을 밀어내고, 모든 창조적 작업을 가능하게 할 가장 창조적인 지식과 통찰의 소스들이 말라죽고 있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콜레라, 우리 시대의 문화적 위기다. 책 읽는 CEO들의 얘기는 그래서 가뭄의 비 소식 같은 데가 있다. 

Who's 김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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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M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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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경 2007.11.26 23:44
    경영에 시적인 요소가 도입되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네요. 아무리 상상해 보려 해도 어떻게 소용이 닿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역시 비범한 결과물을 창출하는 자들은 과정에서 이미 비범한 구석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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