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 너머 suyu+trans
안암동 고려대학교 옆 중앙산업 건너에
내가 다니던 숭례국민학교에서
수유리 넘어는 가늘게 휜 종아리를 가진
아홉 살에게는 하루 중 가장 먼 곳 이었다.
어제는 또 후암동 용고 위쪽 백팔계단을 올라가서도
찾기가 난감한, 정일학원 정 사장이 팔아버린
사층 건물 윗층에
수십 마리 제비들이 물고 물어다 토해 반죽한
새들의 둥지, 탐색자들의 마을이
37도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똑 바로 서서는 찾지 못하는 곳.
그곳 언덕배기는 바로서면 쓰러지는 곳.
서로 기대야 서 있을 수 있는 벼랑.
흙을 주물러 노트북을 만들어서는
청계천을 찍어다가 회색 벽에
물을 흐르게 한다.
서너 시간 방석도 없는 바닥에 앉아
엉덩이를 뭉게는 사이에도
속살 드러낸 사과며, 인절미, 고구마는
복도 옆 소파에 편하게들 앉아
늦가을 차가운 비를 피해 모여 있는
손길 입맛을 달래준다.
흔적을 남기지 마세요.
60년생 여전사의 선전포고는
창백한 얼굴과 어울리는 가.
60년생 내 마누라도 놀란 고미숙의 공부는
결국 학교에서는
공부가 위험한 것임을 알아차리게 한다.
남산 후암동 남영동 쪽으로 흘러내리던
실개천은 이미 없지만,
이미 서울의 번지수를 상실한
남산골 동민들에게
용산구 용산동 2가
1-206은 상처 속 에서 밀고 나오는
생살이며 새 살이다.
서울에도 다시 새살이 날 수 있을 까?
2007.11. 1 朴星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