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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산방기

by 전지숙 posted Sep 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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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산방

 


얼마 전 동환군이 독서산방.. 이란 곳에 한번 가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한적이있어 그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던 차에 가게 되었다.

 


아침부터 비가 온지라 갈지 말지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비가 너무많이 와서 못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한참 낮잠에 빠져있던 내게 다시 가게 되었다며 얼른 준비를 하란 소릴 듣고는 대충 머리에 물기도 못 닦은 체 정말 책한 권 달랑 들고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중간에 강신철교수님 내외분과 장모님과 합류하였다.

 



그날 다른 분들도 그곳에 오신다고 하였다. 중간에 대평리란곳에 들러 고기와 야채등 이것저것을 사고 독서산방이란곳에 입구에 다달았는데 비가와서 교수님의 차는 올라갈 수가 없다고 했다. 친구분이 차로 다시 갈아타고 드디어 독서산방이란 곳에 도착.. 그곳에는 먼저오신 여러분들이 계셨다.  박희규씨란분과 박상하란분이 먼저 와게셨는데 모두들 한음악 하시는 분이라고 하셨다. 사모님을 도와 야채를 씻고. 밥을하고 할머님과 대화도 하며 저녁준비를 하는동안 다른분들을 고기를 굽고 나름 대화를 나누며 시끌벅적한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박상하 라는 분께 석가헌에 대하여 이것저것 여쭈었다. 자꾸 되색여 말할수록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즐거운 삼겹살 파티는 끝이 나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시자 그때서야 이곳이 정말 산속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려서 강원도에서도 한참 골짜기에 살았었다. 그곳에서도 겁이많았는데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도록 하늘에 구멍이 난듯 비는 내렸지만 나는 조동환군이 말한것처럼 혹시 다음날 별을 볼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잠이 들었다.사실 내가 잠을 잘 잔 이유는 박희규님이 주신 한잔의 와인과 그 곳에서 사온 막걸리 덕이었다고 해야 하나?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떠서 빵과 커피를 먹으며 조동환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 사모님께서 혹시 상하지 않을까 하고 된장찌개를 다시 끓여주고 가셔서 그것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책을 읽었다. 오전에는 거실에 앉아 읽고 오후에는 나의 눈에게도 즐거움을 주고자 밖으로 나가 책을 읽었다. 요즘은 정말 보기 힘든 개구리들이 뛰어다니고. 물소리. 새소리. 바람냄새 풀 냄새 정말이지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랄까? 점심은 그곳에 있는 마른 나무를 태워 어제 남겨주고 가신 삼겹살을 구워먹고 이것저것 책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다시 독서삼매경에 빠졌다..놀라운 일..그렇게 느려터지게 책을 읽는 내가 하루만 에 니체의 위험한 책.  그것을 다 읽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저녁이 되자 나는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별을 보겠다는 작은 기대? 하지만 그렇게 맑은 하늘 속에서도 별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실망했지만 나의 실망을 모두 없애준 것은 달빛이라면 말이 될 까? 아무튼 그때 내 생각은 그랬다


모든 불을 끄자 정말 암흑 그 차제였다, 그리고 내가 거실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교수님이 일구어 논 작은 밭 넘어 보이는 꽃들..

 


달빛에 반사돼서 어찌나 빛이 나던지.. 꼭 하늘에 별이 모두 땅으로 내려와 앉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하늘에 별은 보질 못했지만 땅 위에 꽃 별을 봤으니 이곳에 온 것이 정말 행복하고 잘했다는 최고의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전날 정신 놓고 별구경 하다 너무 늦게 잔 탓일까? 조금 늦게 일어났다.


제발 비가오지말아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고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는 들어오는 차는 있는 데 나가는 차편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린 중간쯤 걸어나가서 택시를 불러 타고 나왔다. 마지막 그곳을 나올 때는 왠지 집에오는게 너무는 아니고 조금 싫어지는 마음이 들었다고 할까? 알 수 없는 큰 아쉬움이 자꾸 내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온 날 교수님이 이곳에 있음 시간이 더디 간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시간이 획~!하고 지나가다니.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책을 더 읽을 시간은 충분했지만 나는 남은 시간을 그곳에서 잔디를 밝고 메뚜기를 구경하고 하늘에 구름을 보며 한가롭게 남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한 것 같았다. 세상에 나만 있는 기분?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책 읽고 생각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임이 틀림없다.


나는 수기를 쓰라고 해서 사실 엄청 고민했다 글재주도 없으니 뭐라써야하나.. 하고.

 



하긴 이런걸 걱정한다면 나는 아무 곳도 갈 수 없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곳이 너무 깔끔했다면.. (지져분하단게 아니고.)사람들은 어쩌면 그곳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어딘가 모르게 정리되지 않은 분위기.. 그것이 이곳이 더 편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강신철 교수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가기 싫다는데 좋다고 잘 구슬려 데리고 간 조동환군에게도 고맙고.


 그리고 나는 독서산방에 다녀온 이후로 책과 더 사이 좋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 었다. 다시 한번 교수님 감사 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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