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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by 박문호 posted Aug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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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불교의 가장 빼어난 고승으로 알려진 성철스님의 법어집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불교나 현대 과학의 연구 성과와는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지적은 특히 ‘영혼’, ‘윤회’, ‘보살신앙’, ‘깨달음’ 등 불교의 핵심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향후 불교계에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강병조(경북의대 정신의학교실) 교수는 오는 20일부터 사흘 동안 오대산 월정사에서 개최되는 ‘2007 교수불자대회’의 발제논문 ‘성철스님의 고의 아닌 거짓말’을 통해 성철스님의 법어 중 일부가 불교가 아닌 힌두교이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비과학적인 내용이 있다고 10일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이날 미리 배포된 논문을 통해 “불교에서는 흔히 방편으로 근기(根機)가 낮은 어리석은 이에게 어리석은 말을 해서 깨우치게 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20세기 후반의 한국 불교 신도 모두가 근기가 낮은 어리석은 이들이 아닐 터인데, 비과학적인 법문을 한 것을 보면 성철스님이 힌두교와 불교를 혼동하며 현대 과학교육을 받지 못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 영혼 = 강 교수는 우선 성철스님 법어집 1집 6권 ‘영원한 자유’(장정각) 중에서 ‘제8아뢰야식’, ‘무몰식(無沒識·죽지 않는 식)’ 또는 ‘장식(藏識·과거, 현재에 관한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는 식)’이란 이름으로 ‘영혼’이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는 불교와는 거리가 먼, 힌두교 사상”이라고 비판했다.

석가모니는 무아(無我)와 연기(緣起)를 이야기했을 뿐, 영혼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성철스님이 근사(近死)체험을 근거로 영혼의 존재를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근사체험은 마취제의 일종인 ‘케타민’을 근육 주사하는 것으로도 얻을 수 있는 뇌의 환각효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영혼사진이나 영혼의 물질화, 티베트 ‘사자(死者)의 서(書)’를 근거로 영혼의 존재를 주장하는 것도 과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영혼의 문제는 수천년 전부터 철학의 주제가 되어 왔으나 그 결론은 뇌의 기능을 간접적이나마 볼 수 있게 된 최근 10~20년 사이에 났다”며 “영혼은 하나의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으로서 사용되는 기능적 단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윤회 = 강 교수는 성철스님이 전생 기억이나 차시환생(借屍還生·남의 시체에 의지, 몸을 바꾸어 다시 살아나는 것), 연령 역행, 전생 투시 등을 근거로 윤회를 설명하는 것을 두고, “비과학에 근거한 힌두교 사상”이라고 비판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전생기억이나 차시환생은 한때 흘러다녔던 전설로,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며, 최면술을 통한 연령역행이나 전생요법도 사기라고 하여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금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성철스님의 윤회관 중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비과학적인 근거 못지 않게 비불교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불교 일각에서 윤회사상을 믿고 있는 것은 석가모니 사후 400~500년 쯤 대승불교에서 힌두교의 윤회사상을 잘못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부처님이 설한 윤회는 실체의 윤회가 아닌, 심리적 윤회, 에너지 흐름으로서의 윤회”라며, “죄를 지어서 마음이 괴로우면 이것이 심리적 윤회이고, 나의 시체를 개가 뜯어 먹으면서 나를 이루고 있던 에너지가 개의 에너지로 바뀌면 이것이 에너지 흐름으로서의 윤회”라고 설명했다.

◆ 보살신앙 = 성철스님이 신앙의 대상으로서 보살(菩薩)을 설법한 것과 관련해서도, 강 교수는 여러 신에게 의지하는 힌두교와 닮은 것으로, 석가모니의 가르침과는 관계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원성취를 위해 관세음보살을 외우고, 죽어서 극락 가기 위해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며, 병의 치유를 위해 약사여래불을 염송하는 것 따위가 힌두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불교의 본질과는 관계없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석가모니가 돌아가시면서 ‘나에게 의지하지 말고, 진리와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라’고 말하자 근기가 약하고 의지심이 많은 일반 신도들이 당황하고 방황했을 것”이라며 “어느 선각자가 이런 신도들의 마음 상태를 달래주는 하나의 방편으로 보살이라는 의지처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 깨달음 = 강 교수는 성철스님이 법어에서 “사람마다 갖고 있는 무한한 능력을 개발해 활용하면 누구나 현실에서 대해탈과 대자유의 무애자재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이는 우울증에 빠진 환자에게 모두 다 완쾌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일부 선사가 참선하는 동안에 생기는 시공간 개념을 초월한 몸의 상태나 작은 물소리도 크게 들리는 지각의 변화, 화두의 의문이 풀리는 어떤 현상을 깨달음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현대의학으로 볼 경우, 오랜 참선으로 생길 수 있는 뇌의 상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석가모니가 설파한 깨달음의 상태란 욕심에 의해 생기는 고통을 없애는 것으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원리, 공(空), 무아, 연기 등 자연이 기능하는 법칙을 깨닫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강 교수는 “깨달음이란 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필연인 자연 법칙을 제대로 알아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이며 무지에 의한 고통에서 해방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진리를 미리 알고 바르게 살아 편안히 자기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죽음의 불안과 공포를 벗어난 해탈이요 열반”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락기자j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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