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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0 22:46

이종상 화백 공부하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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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성과 원형상


― 일랑화론의 영원한 짝패








김복영(홍익대 교수⋅예술학)


1





일랑 이종상(一浪 李鍾祥) 화백의 고희에 즈음한 이번 대전시립미술관의 『한국현대미술의 거장―이종상전』은 한 작가의 예술과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싶다. 이 경우, 잊어서는 안될 것은 한 작가의 위대성과 성취동기가 어떠한 지점에서 발로해서 어떠한 단계를 거쳐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그가 이룩한 차별적 특성이 무엇인지를 좀더 분명히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여러 절차가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선(線)적 시간을 강조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방식은 한 작가의 세계가 발아단계에서 성장단계를 거쳐 완성에 이르는 통시(通時)적 전개과정을 밝히는 데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으나, 그가 이룩한 차별성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약점은 한 작가의 세계를 읽고 글로 쓸 경우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예컨대 선적 시간에 주목해서는 한 작가가 일구어낸 ‘차별성의 공시(共時)적 종횡’(synchronic warp & woof of distinction)을 읽어내는 데는 흔히 실패하게 된다.


 


필자는 이 글에서 시간의 선축(線軸)을 해체함으로써 일랑화론의 공시구조(synchronic structure) 를 구축해보고자 한다. 공시구조의 핵심과제라 할 수 있는 것은 일랑의 고유 시각언어가 어떠한 구조를 내재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특히 일랑의 화론을 말함에 있어서는, ‘자생성’(自生性)을 대담론으로 하고 ‘진경’(眞景)과 ‘원형상’(源形象)을 두 개의 소담론으로 하기보다는 진경을 원형상의 아래버전(sub­version)으로 간주함으로써, 크게는 자생성과 원형상이라는 두 개의 대담론으로 읽어나갈 필요가 있다.1)


 


크게보아, 자생성과 원형상은 일랑의 화론을 구성하는 거대담론의 짝패라 할 수 있다. 짝패들을 다룸에 있어, 자생성을 그의 화론의 접근방법론으로 규정하고 원형상을 접근도달점으로 간주함으로써, 목적과 방법의 카테고리로 다루는 것이 좋을 것이다.


1장에서는 일랑의 화론을 이루는 짝패들을 정의하고 오해의 소지를 일소할 것이다. 더불어 2장과 3장에서 일랑의 기의와 기표의 목록을 정리한 후, 4장에서 그의 기의와 기표를 구성하는 시각언어를 말하고 궁극적으로는 시각언어의 자질적 특성으로서의 그의 원형상을 말할 것이다.


 


우선 키워드가 되는 두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먼저는 그의 작품 명제이자 주요개념인 ‘원형상’(源形象, pri­morph)의 ‘원’(源, wǒn, primacy)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언급해야 할 것이다. 먼저는 그가 ‘원’(源)을 이해하는 방식이 무엇이냐 부터 생각해보기로 한다. 그는 이 개념을 제기할 때, 주어진 사물을 보는 시선(視線, looking)이 아니라 응시(凝視, gazing)의 차원에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응시한다’는 것은 라캉류(類)의 응시론에 의하면,2) 어떤것을 보면서 그것이 아닌 또다른 어떤것, 이를테면, 일랑의 경우처럼, ‘원’(源)이라는 것과 ‘엉김’(凝, to cake on)해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엉김내용이 ‘원’(源)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가 그의 화론의 주요 핵심이 될 것이다.


 


우선 언급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원’(源)이 원초(原初, beginning)라고 말할 때의 ‘원’(原)이라기보다는 ‘원천’(源泉, origin)이나 근원(根源, ultimate)이라고 할 때의 ‘원’(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원’(源)은 일랑 자신이 생각하는 근원적 지향대상3)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작품에다 설채하고 기표들을 그려 넣을 때 이것들의 ‘원’(源)이 무엇인지에 엉김해서(凝) 그렇게 한다는 뜻에서 지향대상이라는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원’(源)은 생물학적으로 유추할 때, ‘뿌리’(根, rhizoid)와 연관성을 갖는다. 그는 '뿌리'라는 말을 우리의 문화와 역사로 되돌려 사유하면서 역사의 뿌리에 ‘엉김’(凝)해서 사유하고 작품에다 이렇게 사유한 것만을 기표로 기입한다.


 


그의 기표가 엉김해 있는 뿌리가 무엇인지를 말하기 이전에, 뿌리와 관련된 ‘원’(源)의 뜻을 좀더 언급하기로 한다. 언급의 편의를 위해, ‘일랑은 뿌리에 대한 엉김(凝)을 형상화하고자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이야기했으면 한다. 생물학의 용어로서 뿌리는 배아(胚芽, germ)⋅물⋅흙⋅빛⋅양분⋅시간을 두루 함의하지만 시간만을 함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랑의 ‘원’(源)을 이해할 때에도 시간만을 강조하는 것은 본말을 그르칠 위험이 있다. 원(源)이 물(水)과 시간(原)을 아우르는 문자라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지금까지 일랑에 대한 논의가 시간을 중심으로 하는 해석(이일)과4) 흙(地氣, geomancy)를 중심으로 하는 해석(오광수, 피에르 레스타니)으로5) 모아지고 있는 것은 당연시된다. 다만 이 두 갈래를 어떻게 종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 두가지의 시각을 아우르는 제 3의 접근법이 훨씬 장점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 대안이 나의 ‘원형해석’(archetypal interpretation)이다. 이 방법은 필자가 근저에서 우리미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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