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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0 15:03

치자꽃 설화

조회 수 2338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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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자꽃 설화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및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섦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 ?
    이상수 2007.05.30 15:03
    떠나는 사람 보다는
    남겨진 사람에게 그리움이든, 서글픔이든 보다 크게 남는 것 같습니다.
    시가 너무 슬픕니다. 이런 시를 보면 가슴이 폭발할것도 같은데

    목탁소리만 저 홀로 뒹굴다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듯이

    제 마음도 그렇게 이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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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호 2007.05.30 15:03
    몇 년전 이 시를 보고
    글로 표현된 슬픈 풍경화의 영상이 오래동안 가슴에 남았었는데
    소립님의 게시판 글들이 감성이 풍부하다 느꼈는데
    이 시에 대한 반응을 보니 소립님은 큰 느낌의 능력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 ?
    양경화 2007.05.30 15:03
    천리향 사태 - 박규리

    글쎄 왠 아리동동한 냄새가 절집을 진동하여
    차마 잠 못 들고 뒤척이다가
    어젯밤 산행(山行) 온 젊은 여자 둘
    대체 그중 누가 나와 내 방 앞을 서성이나
    젊은 사미승* 참다못해 문을 여니
    법당 뒤로 언뜻 검은 머리 숨는 게 아닌가
    콩당콩당 뛰는 가슴 허리춤에 잡아내리고
    살금살금 범당 뒤로 뒤꿈치 들고 접어드니
    바람처럼 돌담 밑으로 스며드는 아,
    참을 수 없는...내...음... 오호라 거기라고,
    거기서 기다린다고 이번에는
    헛기침으로 짐짓 기별까지 놓았는데
    이 환.장.할. 봄날 밤, 버선꽃 가지 뒤로
    그예 숨어 사라지다니, 기왕 이렇게 된 걸
    피차 마음 다 흘린 걸
    밤새 동쪽 종각에서 서쪽 아래 토굴까지
    남몰래 돌고 돌다가 저 아래 대밭까지 돌고 돌다가
    새벽 도량석 칠 때까지 돌고 돌다가
    온 산 다 깨도록 돌고 돌다가
    오도가도 못해서 홀로 돌고 돌다가......
    천리향, 천리향이었다니......눈물이 핑 돌아서

    *사미승-아직 정식 비구계를 받지 못한 예비 승려.

    저도 박규리님의 시를 참 좋아해요.
    천리향과 치자꽃. 향기로 마음을 혹하는 꽃이죠. 요즘은 집안에 치자꽃 향기가 가득한테.. 이보다 더한 향기가 있을까 싶어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치자꽃 두 송이란 노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데 가사가 참 애틋합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http://blog.naver.com/libertango9?Redirect=Log&logNo=140022223956


  • ?
    이상수 2007.05.30 15:03
    오카리나 라는 악기와 가야금으로 연주한 정선아리랑인데 이것도 한번 들어보세요.

    http://soreep.net/Music/js_arirang.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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