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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약속

by 양경화 posted Apr 1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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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항이라고 팀장 지시를 받아 주말에 잠 안자며 일했더니만, 출근하니 일정이 연기된 것도 몰랐다는 이유로 깨졌습니다. 저야 억울한 심정이지만 어디 억울한 일이 한두 번이고 한두 사람인가요.


월요일 아니랄까봐 사무실에선 사방에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저도 가세해서 욕하고 싸웁니다만, 심장이 반쪽이 되서 무서워하는 건 똑같아요. 후후...





점심시간에 잠깐 외출했습니다. 연구단지 곳곳마다 벚꽃이 가득해서 세상이 환할 정도입니다. 전투를 치룬 병사의 심정으로 벚꽃을 바라보면서, 내 시간을 다시 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정된 시간, 끝이 없을 것 같은 일들... 그것을 계속 따라가다가는 제 자신이 닳아 없어져버릴 것 같아서요. 일이란 게 미친 듯이 해댄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 법인데 말이죠.





결심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책 읽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한다.


청소를 하느라, 애들을 돌보느라, 회사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야, 누군 회사 안다니고 애 안키우냐? 대충 무시하자!





2. 이유를 따지지 말자. 회의하지 말자.


왜 책을 읽어야 하나? 이거 한다고 뭐 바뀔까? 똑똑한 사람도 많은데 난 어느 세월에... 머리가 딸려서... 이따위 생각은 "전부 삭제"! 무식하게 그냥 읽고 써!





3. 최대한 집중한다.


책 읽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최대한 집중해서 소요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최고의 책만을 골라 읽는다.





4.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치지 않는 체력을 만든다.


웃으실지 모르지만... 그 비법으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보약입니다. 하하.. 분명 웃으셨군요. 하지만 전 심각합니다.





얼마나 잘 안되면 여기에다 대고 약속을 할까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문경수씨를 보면서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약속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 감히 입밖에 못내는 일이었으니까요.





무식하게, 저도 약속합니다.


"매달 2권씩 리뷰를 올린다"





'어허.. 그게 가능할까? 쉽지 않을 텐데.. 단숨에 읽어버리는 책도 아니고... 못하면 어쩔거냐? 창피하게... 계속 어길걸, 아마?'


에잇, 사악한 생각! 이유를 따지지 말고 회의하지 말라고 했겠다!





‘겨우 2권씩 올릴 거면서 그렇게 굉장하게 운을 떼냐?‘


좀 부끄럽지만 제게는 결심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전투 속에서도, 꾸벅꾸벅 졸면서 이런 글을 쓰게 된 건 순전히 벚꽃 때문입니다. 정신이 맑아지면 당장에 후회할지 모르지만, 그건 두 번째 결심에 위배되는 것이니 지킬 수밖에요. ㅎㅎ..


제가 얼마나 버텨낼지 지켜봐주세요. 지켜보시는 분들이 이 약속을 다 잊어버릴 때까지 지켜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