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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7 09:00

원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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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願寺

유치환



그 무슨 간곡하고 아득한 소망이었기
이도록 애닮게도 이름 들려 남음이랴

여기는 옛 서라벌 찬란한 꿈을 에워 길르던
태백산맥도 남쪽 후미진 봉서산 골짜기
이 속절없이 터진 풀숲에 느껴 누웠노라면
나도 한 개 버려진 기와쪽과 다름없는 유품

아슬히 땅끝 따라 뼏쳐 간 저 산하며
적적히 솔바람 건너가는 높푸른 하늘이며
두견이 울음 묻은 철쭉꽃이며
더불어 한 겨레가 진실로 살고 보면
짐짓 그 무슨 사무치는 비원도 생겨짐이랴

마침내 목숨이 물과 티끌로 돌려지듯
그윽이 어울렸던 치성(致誠)의 그 슬픈 분향도 합장도
하늘가 감도는 구름이며
의지없는 풀잎이며 흐느끼는 물소리며
모다 혈혈 본디에로 옮아선지 천 년 이 날!

돌아와 여기
아슬히 뼏쳐 간 그 산하며
푸른 하늘 적적이 건너가는 솔바람소리며
두견이 울음 묻은 철쭉꽃이며
가만히 대하여 눈 감노라면
그날 향그론 가람을 이룩하던 조상의 애절인 발원이
내 안에 아련히 아련히 되돌아 메아리 피어남이여

(청마가 1956 년 쯤 경주에 살면서 원원사 절터에서 삼국시대를 회상하면서 남긴 시/ 경주독서 여행에서도 원원사터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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