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공지
2005.03.03 09:00

이창호-바둑-그랬구나

조회 수 2455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둑의 최강자 이창호 9단은 8세 때부터 바둑 외길을 걸었다. 온종일 바둑만 생각하고 잠잘 때도 바둑만 생각했다. "바둑은 나에게 요술 거울이었으며 나는 그 속으로 끝없이 걸어들어갔다"고 그는 어린 시절을 회고한다. 이리하여 이창호는 정밀도가 극히 뛰어난 '바둑 기계'가 되었다.

그런 이창호 9단이 올해 들어 두 달간 1승5패라는 치욕의 전적을 기록했다. 이창호라는 컴퓨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며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이창호는 몇 년 전부터 책에 푹 빠져들어 서치(書痴)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그는 세상을 알고 싶어 고서에서 현재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폭탄주도 마셔봤다. 이창호가 바둑판 361로 밖으로 걸어나간 것이다.

인생을 알면 승부가 약해진다. 승부는 무심하고 비정하다. 그러나 진심을 다해 인생을 생각하면 유심하고 유정해진다. 이로 인해 고도의 집중력이 단 1, 2%만 분산되더라도 간발의 차로 강적에게 무릎을 꿇게 된다.

그래도 이창호는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걱정하는 기자에게 "잃는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있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이창호가 어느 날 한국기원 한쪽 구석에서 허름한 중년남자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이창호가 살인적 대국 횟수에 시달리던 시절이기에 그와 태평하게 바둑을 두고있는 낯선 남자는 더 대단해 보였고 직원들도 누구일까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아무도 아니었다. 그냥 이창호와 바둑을 두고 싶어 돈 한푼 안들고 무작정 찾아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창호는 "노"라고 말하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대국이었지만 편안하게 두었다.

그 광경은 잔잔한 감동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장면은 17세에 세계를 제패한 이창호가 만들어진 바둑기계가 아니라 빌 게이츠 말대로 놀라운 인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세상에 자기 분야와 자기의 능력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고장난 기계 같은 전문가들은 숱하다.

1승5패라는 최악의 부진 속에서 기적의 5연승을 거두며 농심배 국가대항전에서 우승한 이창호의 모습이 그래서 더 값지게 다가온다."

박치문 바둑 전문기자

2005.03.02 18:19 입력 / 2005.03.03 08:01 수정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4 공지 역사라..! 2 한창희 2005.02.03 2028
743 공지 <b>63회 토론회 사진 중계 !!! 1 송윤호 2005.02.02 2221
742 공지 문경수군!! 1 송윤호 2005.02.02 2137
741 공지 안녕하세요.. 1 김주희 2005.02.02 2071
740 공지 세계역사를 공부하려고 합니다.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순이 2005.02.01 1776
739 공지 세계역사를 공부하려고 합니다.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순이 2005.02.01 1888
738 공지 [공지] 2월 1일 63회 토론회 안내 송윤호 2005.01.31 1959
737 공지 내일 토론회... 1 유현숙 2005.01.31 2007
736 공지 혁신을 주도하는 소비자 "User As Innovator" 현영석 2005.01.29 2202
735 공지 독후감을 씁시다 1 강신철 2005.01.27 2118
734 공지 칼세이건의 "contact" 2 박문호 2005.01.26 2331
733 공지 1월 25일 화요일 62회 모임입니다!!! 송윤호 2005.01.24 2190
732 공지 상대성이론 관련 책들 박문호 2005.01.14 2806
731 공지 [알림] 기존에 업로드된 게시물의 사진 링크 일시 중지 송윤호 2005.01.10 1847
730 공지 "space time" 이 아니라 "Spacetime"......(1) 박문호 2005.01.07 2659
729 공지 중용철학강의 문경수 2005.01.07 2069
728 공지 미술작품 감상 강신철 2005.01.04 2250
727 공지 <b>61회 모임 - 62회, 63회 선정도서 안내. 송윤호 2005.01.04 2094
726 공지 60th..universal conversations.. 문경수 2004.12.30 2259
725 공지 60회 독서모임과 송년파티를 3 이진석 2004.12.29 229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4 175 176 177 178 179 180 181 182 183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