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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답사를 다녀와서 - 녹우당

녹우당이 있는 마을길로 들어서자 눈대중으로도 수십만 평은 됨직한 넓은 평원을 둘러싼 산등성이가 마치 커다란 소 한마리가 누워 있는 것처럼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을 입구에 윤선도 고택임을 알리는 철간판이 서있고 그 옆을 지나 마을 한 가운데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와집 군락이 있는 곳을 향해 올라서니 500년 묵은 은행나무가 떡 버티고 서서 고택의 역사를 꿰뚫고 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입구 왼편에는 녹우당 관리소 같은 2층 시멘트 기와건물이 주변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뎅그마니 서있고, 오른쪽으로는 전시관이 있어 이 집안에 전해오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들은 대부분 윤선도와 윤두서에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윤선도가 지었다 하는 ‘금쇄동집고’ ‘산중신곡’ 등 문집이 있고, 집안에 전해내려 오는 노비상속문서와 인조가 내린 교지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윤두서가 즐겨 그렸다는 말 그림, 풍속화, 인물도 등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윤두서의 자화상이었다. 조선시대 자화상 가운데 최고명작으로 꼽히는 작품답게 눈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시선을 느끼게 했다. 윤두서가 직접 그렸다고 하는 별자리 그림과 동국여지지도는 그가 천문학과 지리에도 일가견이 있었음을 말해 준다. 임금의 명을 받아 자기자본으로 사병을 파견하여 자료를 수집해서 그렸다고 하는 ‘일본여도’는 일본 전국의 지형과 지명, 특산물과 생산량까지 표기되어 있어 이 집안의 재력과 학문의 수준을 짐작케 하였다.
녹우당은 원래 윤선도가 효종의 사부였던 인연으로 수원에 지어준 집을 뜯어 옮겨 지은 사랑채의 이름이었는데 지금은 윤씨 고택 전체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미음자 형으로 된 녹우당은 안채를 중심으로 사방에 일하는 사람들이 쓰는 행랑채와 객들이 머무는 사랑채로 둘러싸여 있고 뜰에는 작은 연못을 주변으로 온갖 꽃들이 구색을 맞춰 심어져 있다. 집 뒤에는 사당으로 보이는 작은 건물들 사이로 뒷산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이 발길을 유혹한다. 골목길에 접어들면 곳곳에 심어놓은 온갖 과일나무와 꽃나무들이 주변 건물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이루고 있었다.
뒷산에는 대나무 숲이 길게 이어져 있고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비자나무와 소나무가 짙어진다. 녹우당이라는 이름은 바로 이 비자나무 숲에서 바람이 불면 비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고 하여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녹우당 당호는 ‘성호사설’을 쓴 성호 이익의 이복 동생인 옥동 이서가 직접 써주었다고 한다. 군데군데 형성된 숲 속의 소로와 공간들이 사색에 적합한 적막과 아늑함을 품고 있어 여유만 있다면 다만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
풍수지리적으로도 거의 완벽한 지형을 갖춘 녹우당은 듬직한 뒷산을 배경으로 좌우에 적절히 바람을 막아줄 나지막한 산자락이 삼태기 모양으로 뻗어 나와 있고 50만평의 장원 건너편에는 주작 구실을 하는 평산이 누워있어 안락함을 더해준다. 우측에 비껴서있는 문필봉은 이 집안이 대대로 문인을 배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집터가 배산은 완벽한데 임수가 결여되어 인공연못을 파서 격을 맞추어 놓았다고 하니 윤씨 가문의 번창은 이 집을 지을 때부터 예고되었던 것 같다. 이 정도 규모의 명당집을 소유한 자라면 굳이 세상에 나서지 않더라도 평생을 독서와 글쓰기로 유유자적하며 신선노름도 해봄직하다는 생각을 하며 더 머물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산초당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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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영석 2004.11.14 09:00
    녹우당 박물관에 책이 많이 쌓여있었습니다 . 일본 사람들이 놀란다는 일본지도도 함께. 다산시대에는 책을 1,300권 정도를 읽어야 했다니 요즘에는 얼마나 읽어야 할까요. 우리 100권독서크럽이 갈길이 매우 멀다고 생각됩니다. 또 다른 분 책을 읽지만 말고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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