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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보리진의 밤하늘

by 박문호 posted Sep 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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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8-4

킹스 캔년 부근이었다. 붉은 흙 길을 20 분 정도 사막 안으로 들어갔다. 호주 내륙에서 사막이란 잡목들이 듬성듬성한 건조한 지역이다. 낮 동안은 청색 하늘을 배경으로 길가의 붉은 자갈이 선명한 조화를 이루었다. 사막에서 밤은 해가 지평선에서 사라진 후 곧 사방에서 동시에 엄습해 온다. 저녁 별이 머리위로 서너 개 보이기 시작할 무렵 식사준비가 되었다. 모닥불 속에 묻어둔 냄비를 꺼내어 잘 읶은 밀가루 반죽빵을 닭고기와 야채를 곁들여 먹었다. 식사 후 산책하러 모닥불을 벗어나자 하늘은 온통 은하수로 강을 이루었다.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조금씩 어둠 속으로 들어서자 밤 하늘은 찬란함을 더해갔다. 모닥불에서 200 미터 이상을 벗어날 수 없었다. 완전한 어두움이었다. 원시의 어둠에 비례하여 밤하늘은 별로 가득했다. 먼 먼 옛날 이 부근에 살았을 원시 부족이 생각났다. 그 들이 밤마다 보았을 그 밤하늘을 내 홀로이 가만히 숨죽이며 별을 바라다 보았다. 그냥 우두커니 바라다 보았다.

밤은 점점 어둠 속으로 흘러가고 별과 지구의 밤공기와 별을 바라보는 시선만이 존재하는 것의 전부였다. 무어라고 할 말이 없었다. 생각과 별빛과 그냥 있음은 모두가 한가지 흐름을 이루었다. 별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숨막히는 신비이다. 무한한 공간에 광대한 불덩어리가 영급의 세월동안 불타고 있는 것.
그냥 그렇게! 어떤 질문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침묵하는 공간에서.

시리도록 빛나는 밤하늘이 왠지 서러워서, 사그러져가는 모닥불로 돌아와, 할 수 없이 그 외 할 것이 없어서 별로 가득한 밤하늘을 이불인양 덮고 누웠네.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서.


(2003 년 7 월 호주 중앙부 사막을 4 일간 야영을 하면서 통과할때 에이즈락(우룰루/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바위) 부근에서 본 밤하늘/독서토론회에서 호주원주민(애보리진)의 이야기가 나온다니 지난 여름 호주의 밤 하늘이 생각나서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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