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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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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흐리고 안개 낀 숲엔 우울이 내려와 있다.
구름에 비친 빗살들 허공에 날개 자욱을 긋고 가는 멧새
모두 표정을 남기고 있지 아니하다.
길 잃은 고아처럼 서서 플라타너스는 적막을 날리고
풀 씨로 흩어진 슬픔은 북북동에서 북북서로 방향을 바꾼다.
폐부로 흘러드는 저기압의 음모 백마일 밖 한랭전선은
풀잎들의 잠을 뿌리뽑는다.
폭풍을 몰고 오는 중이다.
지금은 모든 사랑이 위험하다
외투를 걸친 우리의 꿈 방독면을 쓴 채 큰길로만 다닌다.
골목마다 비수를 품고 매복한 어둠 시간의 휘파람이
대꼬창이로 눈을 찔러 오는 저녁
지금은 모든 생각이 위험하다
문닫고 굳게 빗장을 지른 거리의 불빛
창틈을 엿보는 소문과 함께 얼굴 까맣게 죽은 지금은
모든 그리움도 위험하다.
찬비가 내린다.
우산을 들고 사람들은 사람들을 비껴간다.
낯선 총을 맨 겨울의 척후병이 요소 요소에 서있고
바이칼호수를 지나
시베리아 삼림을 막 빠져나온 러시아의 절망도 보인다.
공중엔 바람의 채찍도 가득하다.
두려움에 야윈 나무들의 어깨 더욱 가늘고
겨울잠에 젖어 봄날을 꿈꾸는 개나리 새 눈
소로시 숨결에 쌓여있는 한 개비 성냥으로 남겨 논 최후의 풀꽃이다.
-글. 김백겸의 <기상예보>. < music/Yanni-one man's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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