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241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강남교수 "나와 다르면 진리 아니라고?"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이나 그 당시 아테네 사람들 모두가 무지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 자신은 자기가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테네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지하다는 것을 모른다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무지에도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무지하기는 하지만 자기의 무지를 알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지하면서도 그 무지를 모르는 것이다.

무지하면서도 무지를 아는 것은 희망이 있는 무지다. 자기의 무지를 자각하기 때문에 언제나 겸손한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참된 앎을 찾아 정진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 ‘마음이 가난한 자’의 태도다.

이런 무지는 진리의 심오함과 인간이 지닌 생래적인 인식 능력의 한계성을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에게 찾을 수 있다. 중세 철학자 쿠자누스는 이를 두고 ‘박학한 무지(docta ignorantia)’라고 했다. 아인슈타인도 “내가 알면 알수록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지하면서도 자기의 무지함을 모르는 것은 ‘곱빼기 무지’로서 희망이 없는 무지다. 우리의 종교적 삶에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모자란 것이 없다’고 큰 소리를 친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나의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나 빛이 있어도 이를 거절한다.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성령을 거스르는 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에 속하는 것이다.

선(禪)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 어느 선사(禪師)를 찾아왔다. 자기가 아는 것을 털어놓으며 떠들고 있는 동안 선사는 조용히 찻잔에 차를 따랐다. 차가 찻잔에 가득 차고 드디어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그 손님이 차가 넘친다고 하자 선사는 드디어 말했다.

“그대가 비어있지 않은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 “내가 아는 진리는 완전무결하다. 나는 모르는 것이 없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모두 진리에서 먼 사람이다”라고 하는 곱빼기 무지의 희생자가 아닌가.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종교학과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84 공지 가입인사 드립니다. 2 송미령 2008.07.21 1287
3983 공지 안녕하세요- 가입인사 드립니다. 4 조예리 2008.08.07 1287
3982 공지 변명 3 전광준 2008.09.16 1287
3981 [새책]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여성, 자연, 식민지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이 출간되었습니다! 갈무리 2014.02.11 1287
3980 공지 가입인사 그리고 모임 후기 6 오선영 2008.09.09 1288
3979 공지 이순신 어룩중에서.. 4 전재영 2008.02.20 1289
3978 공지 개학 날 빵빵한 가방. 7 윤보미 2008.03.04 1289
3977 공지 가입인사 합니다. 2 박윤미 2008.04.25 1289
3976 공지 작가 김운하와 함께 하는 <인문학 오디세이아> file 브라이언 2015.08.19 1289
3975 공지 100권독서클럽에 오면 타이밍을 잡을수있다!! 6 전재영 2008.03.04 1292
3974 [내일 낮2시 개강!] 스피노자와 그의 비판자 다지원 2012.03.31 1292
3973 맑스에게 기회를 세미나에 초대합니다. 김석민 2013.12.29 1292
3972 공지 독서 아르바이트생 모집 8 강신철 2008.03.13 1293
3971 가입인사드립니다~ 2 이태경 2011.05.12 1293
3970 공지 엄마의 선물 8 박혜영 2008.02.12 1294
3969 공지 아버지의 마음 6 강신철 2008.03.30 1294
3968 공지 제 인생을 바꾼 모임^^ 9 이혜원 2008.09.09 1294
3967 공지 가입 인사드립니다. 3 이은규 2008.10.26 1294
3966 공지 결혼기준 3 이동선 2008.02.15 1295
3965 공지 가입인사드립니다. 3 김현수 2008.05.06 12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