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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이름들로 나를 불러 달라...틱낫한의 평화로움 에서

by 윤석련 posted Feb 0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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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가 떠날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오늘도 나는 여기에 도착하고 있으니까.

자세히 보라, 나는 매순간 도착하고 있다.
봄날 나뭇가지에 움트는 싹
새로 만든 둥지 안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
아직 어린 날개를 가진 새
꽃의 심장부에 있는 애벌레
돌 속에 숨어 있는 보석
그것들이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지금도 이곳에 도착하고 있다.
웃기 위해, 울기 위해
두려워하고 희망을 갖기 위해.
내 뛰는 심장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탄생과 죽음.

나는 강의 수면 위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하루살이다.
나는 또한 봄이 올 때 그 하루살이를 먹기 위해 때맞워 날아오는 새다.

나는 맑은 연못에서 행복하게 헤엄치는 개구리.
또한 그 개구리를 잡아먹기 위해 조용히 풀섶에서 다가오는 풀뱀.

나는 대나무 막대기처럼 다리가 가늘고
가죽과 뼈만 남은 우간다의 어린이,
또한 나는 그 우간다에 치명적인 무기를 파는 무기상이다.

나는 해적에세 성폭행을 당하고 바다에 뛰어든
그 작은 보트에 탔던 열두 살 난민 소녀,
그리고 나는 가슴에 사랑하는 능력을 지니지 못한 그 해적.

나는 손에 권력을 움켜쥔 독재 정권의 일원,
또한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서서히 죽어 가는 내 백성들에게
피의 빚을 갚아야만 하는 그 사람.

내 기쁨은 봄과 같아
그 따뜻한 온기로
샘명의 모든 길목에서 꽃들이 피어나게 한다.
또한 내 고통은 눈물의 강,
온 바다를 눈물로 가득 채운다.

그 모든 진정한 이름들로 나를 불러 달라.
내가 나의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들을 수 있도록.
내 기쁨과 슬픔이 하나임을 볼 수 잇도록.

진정한 이름들로 나를 불러 달라.
내가 잠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내 가슴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그 자비의 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