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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고 싶은 아침입니다.

베란다 창으로 내다 보이는 밖이
오늘 따라 더욱 좋아 보입니다.
예쁘게 물든 몇 그루의 나무가 햇볕을 가려 좀 어둡기는 하지만(우리 집은 아파트 1층이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고도 그 날의ㅣ 날씨를 알 수 있습니다.

떨어지는 단풍잎을 보고 바람을 알고
아침 등교 길에 아이들의 재잘거림 소리에 밖을 내다 보면
모자 쓰고 두꺼운 외투에 손을 양 주머니에 넣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날씨가 춥다는 것을 알수 있지요.
.

오늘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바람은 없어서 추울 것 같지는 않지만,
학교 가는 아이들의 복장을 보니 그렇다고 따뜻한 날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수정이 수영이 학교에 보내고 나자 마자
베란다 창과 부엌의 창을 활짝 열어 제낍니다.
이렇게 햇볕이 반짝 드는 아침에는
눈부신 햇볕과 상쾌한 공기를
그냥 밖에만 놔둘 수가 없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콧노래로 신나게 청소기를 돌리고.

낮에 난방이 들어 오지 않는 것을 대비해
7분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아쉽지만 창문을 머뭇머뭇 거리다가 모두 닫아야 만 합니다.

물을 끓여 홍삼차 세 봉을 한꺼번에 모두 타서 소금(약소금)과 함께 따뜻하게 마신다.
체질상 쓴 맛이 필요하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커피를 마시다가 이제는 하루에 커피는 한 잔으로 하고
카페인 성분이 없는 홍삼차를 자주 마십니다.

얇은 털모자를 가볍게 눌러 쓰고 호주머니에는 화장지 몇 조각과 (아침의 찬 기운 때문에 코를 훌쩍거리게 되기 때문에) 면장갑을 찔러 넣고,
푹신한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밖으로 나간다.
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다.
아직 체육하기에는 이른 시간인지 좋은 햇볕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이 텅 비어 있네.
그러면 학교를 돌아 갈 필요 없이 운동장으로 질러 갈 수 있어서 나에게 좋은 일이지.
보송보송한 흙으로 두껍게 깔린 운동장,
맑은 하늘의 태양을 올려다 보며 우리 집 마당인 냥 푹신 푹신한 땅을 밟으며 천천히 학교 운동장을 걸어 나간다.

학교에서 약 100 미터 못 미쳐 등산로 입구가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올라가는 길목은 경사가 급해서 조금 올라간 후 잠시 숨을 돌리게 되는데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다 보게 되면.

내가 걸어 올라온
층층의 나무 계단,
그 길목에 서 있는 키 큰 소나무들과
사이 사이의 단풍든 작은 나무들,

내 앞에 펼쳐진 눈부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 보며
가슴 가득하게 차 오르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나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맑은 공기와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을 만들어
나에게 보게 해주는 투명한 태양 과 그의 새-끼-빛들과
내가 밟고 있는
땅과 나무 풀 새 바위 돌멩이,
낙엽 떨어지는 소리인 줄 착각하게 해 내 주의를 끌려고 나무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못난이 청설모..등등
모든 자연에 한 없는 감사의 노래가 내 마음속에서 퐁퐁 솟아 나옵니다.

조용한 산 속
앞으로 끝없이 나 있을 것 같은 길을
혼자서 걷고 걷다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걸어보고 싶은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초여름에는 푸릇푸릇 했었을 나뭇잎들이 이제는 앙상한 가지만을 위로 하고
바닥에 모두 떨어 버린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보았습니다.

신기한 은행나무였습니다.
다른 나무들은 나뭇잎을 얼만큼씩은
아직까지는 갖고 있었고
떨어진 낙엽을 누군가가 쓸었었던지 밑에는 떨어진 낙엽이 눈에 띌 정도로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독 은행나무 한 그루 만은 달랐습니다.
내 눈앞에 둥그렇고 넓다랗게 노란 뭔가가 있었습니다.
꼭 노란 천이 깔려 있는 것 같았지요.
가까이 가 보니 노란 은행잎이 그것도 은행잎 모두가 하나 같이 아주 작은 잎들이(저는 그렇게 은행잎이 전부다 똑 고르게 작은 것은 처음보았습니다)
모두 한꺼번에 떨어졌는지
누가 밟았다거나 흩뜨린 흔적 없이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똑 고르게 퍼져 있었지요.
나무는 이제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시원스럽게 가지만을 위로 뻗은 채
아래로 떨어뜨린 자기의 새-끼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참 신기한 발견이었습니다.

정말 이 행복한 가을을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이나 맞이하게 될까요.
정말 아름다운 가을에
행복한 아침입니다.
한 번 밖을 내다 보세요.

2002.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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