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291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감사하고 싶은 아침입니다.

베란다 창으로 내다 보이는 밖이
오늘 따라 더욱 좋아 보입니다.
예쁘게 물든 몇 그루의 나무가 햇볕을 가려 좀 어둡기는 하지만(우리 집은 아파트 1층이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고도 그 날의ㅣ 날씨를 알 수 있습니다.

떨어지는 단풍잎을 보고 바람을 알고
아침 등교 길에 아이들의 재잘거림 소리에 밖을 내다 보면
모자 쓰고 두꺼운 외투에 손을 양 주머니에 넣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날씨가 춥다는 것을 알수 있지요.
.

오늘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바람은 없어서 추울 것 같지는 않지만,
학교 가는 아이들의 복장을 보니 그렇다고 따뜻한 날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수정이 수영이 학교에 보내고 나자 마자
베란다 창과 부엌의 창을 활짝 열어 제낍니다.
이렇게 햇볕이 반짝 드는 아침에는
눈부신 햇볕과 상쾌한 공기를
그냥 밖에만 놔둘 수가 없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콧노래로 신나게 청소기를 돌리고.

낮에 난방이 들어 오지 않는 것을 대비해
7분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아쉽지만 창문을 머뭇머뭇 거리다가 모두 닫아야 만 합니다.

물을 끓여 홍삼차 세 봉을 한꺼번에 모두 타서 소금(약소금)과 함께 따뜻하게 마신다.
체질상 쓴 맛이 필요하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커피를 마시다가 이제는 하루에 커피는 한 잔으로 하고
카페인 성분이 없는 홍삼차를 자주 마십니다.

얇은 털모자를 가볍게 눌러 쓰고 호주머니에는 화장지 몇 조각과 (아침의 찬 기운 때문에 코를 훌쩍거리게 되기 때문에) 면장갑을 찔러 넣고,
푹신한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밖으로 나간다.
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다.
아직 체육하기에는 이른 시간인지 좋은 햇볕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이 텅 비어 있네.
그러면 학교를 돌아 갈 필요 없이 운동장으로 질러 갈 수 있어서 나에게 좋은 일이지.
보송보송한 흙으로 두껍게 깔린 운동장,
맑은 하늘의 태양을 올려다 보며 우리 집 마당인 냥 푹신 푹신한 땅을 밟으며 천천히 학교 운동장을 걸어 나간다.

학교에서 약 100 미터 못 미쳐 등산로 입구가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올라가는 길목은 경사가 급해서 조금 올라간 후 잠시 숨을 돌리게 되는데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다 보게 되면.

내가 걸어 올라온
층층의 나무 계단,
그 길목에 서 있는 키 큰 소나무들과
사이 사이의 단풍든 작은 나무들,

내 앞에 펼쳐진 눈부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 보며
가슴 가득하게 차 오르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나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맑은 공기와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을 만들어
나에게 보게 해주는 투명한 태양 과 그의 새-끼-빛들과
내가 밟고 있는
땅과 나무 풀 새 바위 돌멩이,
낙엽 떨어지는 소리인 줄 착각하게 해 내 주의를 끌려고 나무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못난이 청설모..등등
모든 자연에 한 없는 감사의 노래가 내 마음속에서 퐁퐁 솟아 나옵니다.

조용한 산 속
앞으로 끝없이 나 있을 것 같은 길을
혼자서 걷고 걷다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걸어보고 싶은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초여름에는 푸릇푸릇 했었을 나뭇잎들이 이제는 앙상한 가지만을 위로 하고
바닥에 모두 떨어 버린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보았습니다.

신기한 은행나무였습니다.
다른 나무들은 나뭇잎을 얼만큼씩은
아직까지는 갖고 있었고
떨어진 낙엽을 누군가가 쓸었었던지 밑에는 떨어진 낙엽이 눈에 띌 정도로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독 은행나무 한 그루 만은 달랐습니다.
내 눈앞에 둥그렇고 넓다랗게 노란 뭔가가 있었습니다.
꼭 노란 천이 깔려 있는 것 같았지요.
가까이 가 보니 노란 은행잎이 그것도 은행잎 모두가 하나 같이 아주 작은 잎들이(저는 그렇게 은행잎이 전부다 똑 고르게 작은 것은 처음보았습니다)
모두 한꺼번에 떨어졌는지
누가 밟았다거나 흩뜨린 흔적 없이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똑 고르게 퍼져 있었지요.
나무는 이제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시원스럽게 가지만을 위로 뻗은 채
아래로 떨어뜨린 자기의 새-끼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참 신기한 발견이었습니다.

정말 이 행복한 가을을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이나 맞이하게 될까요.
정말 아름다운 가을에
행복한 아침입니다.
한 번 밖을 내다 보세요.

2002. 11.5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64 공지 한마음 병원 김갑중 원장님 5 박문호 2007.11.13 2952
3963 공지 [기사]철학자 온버림 정종박사와 함께 10 박혜영 2007.10.10 2950
3962 [공지] 200회 기념행사 안내 (장소 확정) 2 송윤호 2010.10.12 2949
3961 모임후기 4/28 백북스 대전 정기강연회 요약정리 '슈거블루스' 2 하경애 2009.04.30 2940
3960 공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구용본 2003.02.04 2938
3959 공지 내일 20일 아침7시 아고라 카페 송년모임 참석하세요 현영석 2002.12.26 2936
3958 공지 '미래 속으로' 관련 추천 영화 "A.I.""바이센테니얼맨""블레이드 러너" 2 고원용 2003.04.25 2935
3957 공지 讀書山房 참가 희망자 모집 10 강신철 2007.07.26 2931
3956 공지 책 다 읽었습니다.. 구용본 2002.11.28 2931
3955 공지 다음에 읽을 책은 무엇입니까? 유수연 2002.12.01 2925
3954 공지 CBS 책소개 11월13일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현영석 2002.11.28 2925
3953 5월 19일 [사랑방 이야기]♥ 10 윤보미 2009.05.20 2924
3952 "불교와 의학의 만남" 강연 알림. 고재명 2003.01.10 2923
3951 공지 사무엘 울만 詩 "청춘" 현영석 2002.12.10 2923
3950 생후 22개월, 이주헌의 단어폭발 6 이정원 2010.01.01 2918
3949 공지 [알림] 박선규 회원 입원 송윤호 2002.11.28 2914
» 공지 밖으로 나가 가을을 만나 보세요 윤석련 2002.11.28 2913
3947 4월 22일 [사랑방 이야기]♥ 6 윤보미 2009.04.24 2911
3946 공지 안녕하세요 윤석련 2002.10.30 2909
3945 공지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과학문화재 탐험을 다녀왔습니다 윤석련 2002.11.22 290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