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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꽃은 꼭 이렇게 떨어져야 되는 거야? 항상 피어 있으면 안돼?
  꽃이 지고 나자 그는 마음이 쓸쓸했다.
  “하하, 처음에 나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어쩜 너도 똑같이 그러냐?”
  형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한참 동안 동생을 바라보았다.
  “꽃은 지지 않으면 꽃이 아니야. 항상 꽃이 피어 있으면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모르게 돼.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그는 형의 말을 잘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그대로 가만히 듣고 있었다.
  “또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피는 거야. 그런데 꽃이 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가 없어. 만일 우리가 열매를 맺이 못한다면 그건 참 슬픈 일이지.”
  그는 형의 말을 여전히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꽃이 피었던 자리에 ‘버찌’라고 하는 작고 붉은 열매가 맺힌단다. 그런 열매를 맺어야 새들이 그걸 먹고 배가 고프지 않게 돼. 새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그걸 따먹는단다.”
  어린 왕벚나무는 형의 말을 깊이 생각해보았다. 꽃이 지는 건 훌륭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라는 형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것도 같았다.
  “그러니까 동생아, 꽃이진다고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고 너도 한번 기다려봐라. 곧 아름다운 열매가 맺게 될 테니.”
  형의 말대로 여름이 되자 꽃이 피었던 자리에 붉은 열매가 달렸다. 어린 왕벚나무는 열매를 보자 너무나 놀라웠다. 꽃이 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슴에 그런 아름다운 열매가 맺혀지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가슴에 붉은 열매를 달고 푸른 하늘 아래 서 있는 자신이 퍽 자랑스러웠다. 새들이 날아와 열매를 쪼아 먹을 때는 마치 자신이 새들의 엄마라도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이 찾아와 버찌를 먹을 때에도 마치 자기가 엄마가 되어 아이들에게 맛있는 과자를 나누어 주는 것 같았다.
  날씨는 여름답게 차츰 더워졌다. 날이 더워지고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면 내리쬘수록 사람들은 그의 그늘을 찾아왔다.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게 된다는 사실 또한 그로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준다는 기쁨에 가능한 한 더 넓은 그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이제 비로소 자신이 왜 한곳에 뿌리내리며 사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한곳에 뿌리박고 사는 삶이 얼마나 매력적이며 소중한 것인지 잘 알게 되었다. 만일 나무가 사람처럼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산다면 그늘을 찾아올 사람들이 없었을 터였다.
  이렇게 어린 왕벚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사람들의 그늘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대낮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한밤처럼 하늘이 캄캄해지고 갑자기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요란했다.
  그는 쏟아지는 빗줄기에 자신을 내맡겼다. 시원했다. 도시에 찌든 먼지가 앉은 이파리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빗줄기가 참으로 감사했다.
  번개는 계속 쳤다. 번개가 번쩍 빛을 발하는 순간, 하늘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그는 날카로운 번개의 빛줄기를 보자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덜컥 겁이 났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중년의 한 사내가 급히 아버지 아래로 뛰어들어와 비를 피하던 순간이었다. 다시 한번 하늘이 갈라질 듯 번개가 치더니 갑자기 형 옆에 늠름히 서 있던 아버지가 “쿵!” 하는 소리를 내면서 허리를 꺾고 쓰러졌다.
  아, 아버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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