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학은 여러 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경제현상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위기에 대한 대책 역시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허둥대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우선 경제현상이 과거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변동성의 진폭이 커졌고, 예측 불가능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남’도 알아서 잘 해주어야 하는데, 이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그리스나 포르투갈에서
경제운용에 실패한 것이 결국은 우리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 과거보다 전달되는 속도는 빨라지고, 충격은 커지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미래의 리스크를 예측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있다. 생각보다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다수가 피해를 보더라도 과감하게
사고를 치고, 책임지지 않는다. 부도덕성 또는 사회 정의의 문제로 볼 수도 있는데, 바탕에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무방한 시스템이 있다. 4대강이라는
대형사고를 치고, 나라 재정을 빚더미에 올려 놓아도 몇몇 언론만 시끄럽지 책임을 지우려는 분위기는 없다.
‘안티프래질’은 이런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첫째, 세계는 더 이상 예측 가능하지 않으며, 이미 극단의 왕국, 즉, ‘블랙스완’의 영역이 되었다. 그러니 예측하려 하지 마라. 엉터리 처방만 내 놓을 뿐이고, 이런 어설픈 처방이 오히려 문제를
증폭시킨다. (ex. 금융 위기 당시의 앨런 그린스펀 등)
그러면 예측하지 않으면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프래질하게 만드는 요소를 미리 관리하고 제거하자는 것이다. ‘프래질’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미리 관리하면 되는데, 대체적으로
규모 (기업, 공항, 공해의
규모), 집중, 속도를 제한하는 개입이 필요하다. 규모가 작으면 프래질해서 발생하는 리스크의 규모가 비선형적으로 작아진다.
다음 ‘바벨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바벨전략은 한 편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리스크를 적극 받아들이는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리스크 양 극단의
조합을 추구하고, 중간을 기피한다. 예를 들면, ‘결혼은 회계사와 하고, 연애는 록스타와 하는 것’ 그리고 ‘자산의 90%를
가장 안정적인 예금에 투자하고, 나머지 10%는 가장 위험한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둘째, 대리인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승부의 책임’을 제도화 해야 한다.
건축업자가 집을 짓고, 그
집이 무너져서 집주인이 사망했다면, 건축업자를 사형에 처한다.
집주인의 아들이 사망했다면, 건축업자의
아들을 사형에 처한다. 집주인의 노예가 사망했
다면, 건축업자는 사망한
노예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닌 노예를 집주인에게 지급해야 한다.
(함무라비 법전)
“여론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제공한 정보나 의견을 따르는 사람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승부의 책임’을 져야 한다….미군이
부당하게 이라크를 침공…승부의 책임은 없었다. 더구나 경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분석결과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잃는 것이 있어야’
한다.”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루빈은 시티은행으로부터 약 10년에
걸쳐 1억 2000만 달러를 보너스로 받았다.… 시티은행은 무너졌지만 그는 돈을 계속 가지고 있다. 정부가 은행의
손실을 떠안고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에 결국 납세자들의 돈이 그에게 가 있는 셈이다.”
“연금 펀드를 관리하는 펀드 매니저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결코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는 함무라비 규정을 따라야 했다. 카탈로니아의 전통에 따르면 은행업자는 자신의 은행 앞에서 참수당해야 했다.”
“승부의 책임은 대리인 문제를 극복하고, 믿음의 약속이
결여된 상황을 제거한다.” skin in the game
"선장은 배와 함께 침몰한다." captain and ship rule
블랙스완 왕국에 들어 온 이상, 그리고 우리 의지로 빠져 나갈 수 없는 이상, 이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그러려면 ‘프래질’해선 안 된다. '강건함'이나 '회복탄력성' 만으로는 부족하다. 충격을 받으면 더 강해지는 안티프래질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내리막길에서도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전략이 바벨전략이고, 이런 존재가 안티프래질한 존재이다.
“바람은 촛불 하나는
꺼드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무작위성, 불확실성, 카오스도 마찬가지다.
피하지 말고 활용하기를…불이 되어 바람을 활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