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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태원준


"엄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일이 막 궁금해져!"
라는 카피가 마음에 들어와 선택한 책이다.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한마디라는 생각이다.


"엄마는 다시 태어나면 운전을 배우고 싶구나."고 하셨던 돌아가신 엄마의 말씀이 오버랩되면서
코 끝이 찡해 온다.


서른살의 아들과 예순살의 엄마가 함께 떠나는 300일간의 세계 배낭여행이라니...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니 사연 또한 이쁘기 그지없다.
가까운 시간에 남편과 어머니를 잃고 간간히 눈물을 보이는 강단있던 엄마의
웃음을 찾아 드리기 위한 두 남매의 환갑기념 프로젝트...


정말이지 꿈과 환상을 이루어 주는 어른들의 원더랜드, 마법의 성,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아닐런지...
결코 시간과 돈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하고 사랑스러운 아들과 떠나는 둘만의
알콩달콩 좌충우돌 추억 만들기가 아닌가.


중국에서 시작되어 영국에서 끝을 맺기까지 아들은 여행을 통해 "엄마"가 아닌 인간 "한동익"여사의
아이같은 또 다른 모습들을 만나게 되고, 엄마는 세계 곳곳의 젊은 청춘들과 친구가 된다. 
"비빔밥"과 "전통음식"을 통해 정을 나누고, 문화를 나누고, 인심을 나눈다.


마음먹은대로 떠나고, 마음동하는대로 머물고, 마음맞는 사람들과 만나는 행복한 여행.
1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하루 온종일 기차를 타기도 하고, 에어컨 없는 버스에 구불거리는
비포장도로에 멀미가 밀려오는 혹독한 상황도 만나며, 바가지도 쓰고, 물건도 잃어버리는 거친 여행을
엄마는 잘 견뎌낸다. 아니, 그런 여행을 받아들이고, 잘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신다.


인생의 모든 지혜를 가지고 있을거라 가늠하는 나이 많은 어른이지만,
'인생이라는 여정에서는 철드는 시간은 따로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길 위에서 더욱 '성숙'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쿨한 엄마.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며 나를 나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엄마.
여행이 끝나면 모든게 끝날 것만 같았는데, 돌아와 보니 또 다른 여행이 기다리고 있더라는
엄마의 말씀처럼 인생은 끊임없이 예측할 수 없는 두려움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아라비안 나이트
인지도 모른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이땅의 아들 딸들은 부모로부터 독립을 꿈꾼다.
경제적인 독립은 꿈도 못 꾸면서 보살핌은 구속이 되고, 걱정하는 마음은 잔소리가 된다.
사랑은 집착이되고, 기대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친구가 좋고, 연인이 좋고, 또래가 좋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크고 묵직하고 깊은 부모라는 존재의 사랑의 깊이를 안다.
그 육중함이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아니라, 오히려 나를 지탱하고 있는 단단함 이라는걸 깨닫는 순간, 우리는 나이를 실감한다.


누군가 말했다. "행동하는 젊음은 아름답다"고....
한 아름다운 청년의 무모할지도 모를 용기가, 내일이 궁금할게 없었던 노년의 일상을 흔들어 깨운다.
인생의 2막과 3막을 여는 것은 십단위로 끊어지는 나이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람,
새로운 문화와 시각을 만나면서 배우고 공감하고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신선한 자극으로부터 시작된다.


                   
                                                                                                                    20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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