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여행자, [여행하는 인문학자]를 만나다!

by 김령은 posted Jan 0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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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더위에 갇혀 지내며 중원의 시원한 바람을 상상하며 읽었던 책이다.
책을 열자마자 휘몰아치는 대륙의 모래바람과 낯설지만 기억날 것만 같은 이국의 냄새에 취해 여름을 잠깐 잊었던 하루가 생각난다.

자유로운 여행자들은 언제나 질투의 대상이다.
특히 저자처럼 지역 민초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삶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여행은 다시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을 정도로 부럽다. 새벽녘 타클라마칸 오아시스에서 출발하여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몽고의 벌판을 쏘다니다가  산소가 희박한 티벳고원의 느릿느릿 오후가 지나간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멈추어버린 미래가 새로운 시간의 차원을 연다. 삶의 한계를 뛰어넘는 역사의 현장들을 울고 웃고 씹어가며 온몸으로 느끼는 저자가 어찌 부럽지 아니할까.

국사책에서 달달 외우기만 하던 그들이 불쑥 책 밖으로 튀어나와 말을 건다.

'무에 그리 두려워? 그 갑갑하기만한 성냥곽같은 서울에서 나와서 나와 말을 타고 중원을 쏘다니자! 더위따위는 금새 날려버리고 차가운 모래 폭풍과 뜨거운 태양을 심장으로 느껴보자!'

사내 냄새 훅 끼쳐오는 그의 발자취 속에 1000년 전의 위구르인을 만나 거나한 술판을 벌이고 내친김에 팔씨름도 한번하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고대의 도시 어느 나무 그늘 밑에서 단잠을 잔다.

아, 나도 중원의 저 사막을 지난 적이 있었나! 어느새 외롭게 반짝이던 북극성을 동무삼아 저녁 잠자리를 찾는 그리운 미래로 날아간다. 거친 사내들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혹한에 지난 찜통 더위를 추억하니 기분이 새롭다.
언젠가 그를 통해 중국 역사를 공부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성큼 앞에 다가오니 맘이 설렌다.
살아있는 저자를 만나는 것은 죽은자들의 무덤 속을 헤매는 것보다 박진감 넘치리라.

나도 언젠가 서부로 가리라! 그 사막, 그 평원, 그 고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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