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반란] / 로버트 와인버그

by 이낙원 posted Oct 1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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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반란]/로버트 와인버그

흔히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인물들을 일컬어 ‘암적인 존재’라고 한다. 암세포처럼 스스로의 딸세포만을 만들다가, 즉 욕심을 부리다가 전체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당근, 인간 개체입장에서 볼 때 암세포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전체를 멸망케할 가공의 욕심과 추진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급적 초기에, 두말할 것 없이 외과적으로 도려내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화학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먼발치에서 살짝 관점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이 무지막지한 녀석에게 봐줄만한 점이라도 있는 것일까? 또는 인정어린 눈으로 이해해줄 구석이라도 있는 것일까? 있다! 로버트 와인버그의 [세포의 반란]은 ‘암’에 대한 나름 새로운 관점, 구제는 못해주더라도 동정정도는 해 줄 만한 생각을 가지게 해준다.

수정란에서 출발한 한 개의 세포는 평생 10의 16승의 딸세포를 형성한다. 10을 열여섯번 곱한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숫자의 각각의 세포들은 자신의 정해진 역할만을 충실해 수행한다. 이를테면 간이나 심장은 절대 보거나 생각하는 법이 없다. But, 간도 심장도 볼 수도 있고, 생각할 수도 있는 유전정보가 세포내에 내장되어 있다. 할 수 있는데 안하고, 또 못한다. 감정을 이입시켜보자. 이건 참 슬픈일이다. 전체를 위해 스스로의 행복을 억눌러야 하는 전체주의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이라고나 할까.

암세포는 아나키스트다. 권력의 통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생식세포에게만 주어진 역할이지만 체세포인 자신이 직접 생식한다. 분열하여 딸세포를 만들고 또 만든다. 무엇보다 할 수 있고, 어쩌면 진실로 하고 싶으니까. 생명의 역사 38억년 중 30억년동안의 지구는 단세포생물의 무대였다. 누구나 생식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시대였다. 지난한 과거의 기억이 고스란히 유전자에 담겨 있는 세포에게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이 가능할까. 자유롭고 싶은 열망을 억누른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러나 우리 몸을 비롯해 수많은 복잡한 생명체들은 다세포생물이 출현한 지난 6억년동안 ‘그걸’가능하게 하며 만들어져 왔다. 암덩이는 단 하나의 성공한 아나키스트로부터 출발한다. 10의 16승개의 세포중 반란에 성공한 하나의 세포가 있다면 그 사람은 평생에 걸쳐 한번 암에 걸리는 것이다. 이것을 염두에 둔다면 수십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으로 수십년을 살면서 암에 안 걸린다는 것이 이상해 보인다.

[세포의 반란]에는 암의 형성 메커니즘과 함께 그걸 억제하는 억제 메커니즘을 소개한다. 인간이 왜 암에 걸리는가? 라는 질문으로 책을 시작했지만 대답은 다시 엉뚱한 질문으로 바뀐다. 인간이 어떻게 암에 안 걸리고도 수십년을 살 수 있는가? 참 가능해 보이지 않는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내 몸속의 아나키스트의 본성을 가진 수십조의 세포가 ‘착한세포’로 매시간 거듭나는 몸의 생리는 신비라고 봐야 한다. 머리로 다 이해할 수 없다. 다세포의 몸뚱이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해야 한다.

만일 암에 걸리고도 감사의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글쎄 살만큼 산다음에 걸려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솔직한 생각이다. 책을 읽으면서 죽는 순간까지 감사를 잊지 않고 계셨던 분이 생각난다. 무위단 장일순 선생님잉신데, 위암말기 였지만, 몸 속의 암덩어리를 ‘모시고 가야지’하셨다.  내가 의대 1학년때 우리병원에서 위암으로 돌아가셨드랬다. 갑자기 돌아가신 연세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찾아보면서 스스로 궁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쨓든 찾았으니 적는다. 1928년 생이셨고, 94년에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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