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조회 수 2333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훈민정음>은 유라시아 동방의 극점에 나타난 에크리튀르의 기적이다.


  말이란 무엇인가, 문자란 무엇인가, 인간에게 있어 문자란 무엇이고 에크리튀르란, <지知=앎>이란 무엇인가 ― 이런한 <보편>으로 이끌어 주는 희유한 기적이다."


"  이리하여 <정음>은 음절을 초성, 중성, 종성 그리고 악센트라는 네 가지 요소로 해석하고 각각에 <형태>를 부여하는 사분법(tetrachotomy)의 경지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15세기 정음학의 이러한 인식은 15세기 중국 음운학의 이분법을 능가한 것은 물론이고 거의 20세기 언어학의 지평에 이른 것이었다."


이런 말을 한국인이 썼다면 국수주의자라는 말을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한글의 탄생"은 일본인이 쓴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새로운 문자로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이었는지를 이해했습니다. 한글 창제를 반대한 최만리는 당연한 일을 했습니다. "세종"이 무모한 일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  <에크리튀르 ecriture> = <쓰는 것> <쓰여진 것> <쓰여진 지知>


  당시 에크리튀르의 모든 것은 한자한문이었다. <지>의 모든 것이 한자한문에서 성립되었다. 그것이 세계의 전부였다. 그러한 한자한문의 세계에, 아무도 본 적 없는 <정음>이 우뚝 서 있는 것, 이것이 15세기 조선에서 <정음 에크리튀르 혁명>이 출발했을 때의 구도이다.


  임금은 최고 권력자이니 <혁명>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걸까? 아니다. 세종 임금이 <정음 에크리튀르 혁명>으로 투쟁한 상대는 왕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막강한 상대였다. 그것은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한 이래로 오늘날까지를 꿰뚫는 <한자한문 에크리튀르>였다. 투쟁의 상대는 바로 역사이며 세계였다. <지>의 모든 것이었다. 역사서, 즉 쓰여진 역사를 펴 보면 알 수 있듯이 거대한 에크리튀르의 역사 앞에서 임금은 시호로 불리고 쓰여지는 몇 글자의 고유명사에 지나지 않는다."


임금의 권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글'을 사용한 사람들이 없었으면 새로운 문자는 곧 잊혀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말하던 언어를 글로 쓰는 너무나 훌륭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널리 퍼졌습니다. 국가의 공식 문서에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퇴계가 유학을 토론할 때도 한글을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이 문자로 8000만명이 한국어를 쓰고 있고 "찌아찌아어"처럼 다른 언어를 쓰는 데에도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자>라는 기적, 유라시아 동방의 극점에 나타난 에크리튀르의 기적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 보십시오. '한글'이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이 책은, 일본 3대 신문 중 하나인 마이니치 신문사와 아시아 조사회가 주최하는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2010년에 수상했습니다. 외국 문자의 가치를 설명한 일본어 책에 그해의 최고 저술상을 주고, 그 책을 베스트셀러로 읽은 일본 사회의 지知의 깊이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고원용

  • ?
    현영석 2012.08.06 06:32
    "외국 문자의 가치를 설명한 일본어 책에 그해의 최고 저술상을 주고, 그 책을 베스트셀러로 읽은 일본 사회의 지知의 깊이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참 좋은 서평입니다. 이 책 당장 부문해야 겠습니다
    우리사회가 지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하는데 백북스도 함께 공헌하기를 기대합니다
  • ?
    이병록 2012.08.06 06:32
    한글 예찬론자로서 구미가 확 당기는 내용입니다.
    이제 한글을 오염시키는 낱말 토씨 등을 씻어 내야겠죠?
  • ?
    정남수 2012.08.06 06:32
    와!
    일본인이 쓴 한글의 탄생!
    반드시 챙겨 읽어야겠습니다.

    독후감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96 공지 몰입의 즐거움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2 정현경 2007.05.31 3802
1395 자연과학 "아윈슈타인이 직접 쓴 물리이야기"를 읽고 6 표태수 2009.07.01 3798
1394 공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 카터 윤석련 2003.06.25 3798
1393 공지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을 읽고 김춘호 2007.02.13 3747
1392 공지 '불편한 진실'을 읽고 2 엄준호 2007.08.05 3742
1391 공지 탐독-이정우 2 장현도 2008.05.21 3734
1390 공지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임성빈 2005.10.27 3712
1389 공지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장현도 2008.05.02 3710
1388 공지 괴짜 경제학 1 김미순 2008.01.11 3697
1387 공지 [59] 자오선 여행 (쳇 레이모) 3 서윤경 2008.12.21 3677
1386 공지 개밥바라기 별 박경희 2008.11.13 3648
1385 공지 부여족의 이동과 기원 고깔모자를 쓴 단군 이병록 2007.01.01 3619
1384 공지 호텔왕 힐튼 자서전을 읽고.. (45th) 송근호 2007.06.25 3608
1383 기타 태양과 별자리 이야기 - 시대정신을 읽고 신동찬 2009.09.26 3607
1382 공지 박완서 산문집 [두부] 소개 : 한겨거레신문 전재 현영석 2002.12.15 3580
1381 자연과학 뇌 생각의 출현 - 박문호 6 손진경 2009.07.19 3569
1380 자연과학 최초의 3분 1 조태윤 2009.02.13 3569
1379 문학예술 폼페이 3 조태윤 2009.02.03 3533
1378 인문사회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있다>를 읽어가면서 신영호 2009.11.28 3528
1377 공지 1월달의 나의 독서목록 안유선 2003.06.25 352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72 Next
/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