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설계]/스티븐 호킹

by 이낙원 posted Jan 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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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과학사는 사건들이 임의적인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고 그 밑에 내재하는 어떤 지 질서-그것이 신의 영감에 의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인지해온 역사이다.’ [시간의 역사]/스티븐 호킹

스티븐 호킹이 그의 전작! [시간의 역사]에서 정의한 과학사입니다. 자연에는 내재하는 질서가 있고, 우주는 그 탄생에서 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특정한 질서(자연법칙과 물리상수)위에서 구현되었습니다. 질서는 생명의 탄생을 위해 매우 세밀하게 조정된 듯 보입니다. 지구의 궤도, 모양, 태양의 질량이 조금만 달랐어도 우린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전자의 전하값이 조금만 달랐다면, 뉴튼의 중력법칙이 1/r2 가 아니라 1/r4였더라면, 초기우주의 십만분의 일이라는 온도차가 없었다면, 현재 우리가 사는 우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의 의식은 자연법칙과 물리상수의 토대아래 137억년동안 특정한 사건들이 중첩이 되어 생긴 산물입니다. 과학이 우주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는 스티븐 호킹의 말은 지당한 말씀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 - 안에 삽입한 글, ‘신의 영감에 의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라는 말입니다. ‘질서’가 신의 영감에 의한 것일 수 도 있다는 걸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인간이 ‘왜? 우주가 생겼나?’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는거니까.


[시간의 역사]가 저술된지 30년이 지나서 후속작이 나왔지요. [위대한 설계]에서는 신의 개입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 버립니다. ‘어떻게 우리가 있는가’를 넘어 ‘왜 우리가 있는가?’에 대한 대답까지도 해버린 것이죠. 워~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이 대답을 풀기 위해 그는 ‘강한 인간원리’와 M이론을 설명합니다. M이론은 ‘만물의 이론’이라는 끈이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데, 현재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이론이랍니다. 거두절미하고 용건만 매우 간단히! M이론에 따르면 각기다른 고유의 법칙을 갖는 우주가 10의 500승개에 달합니다. 특정한 법칙이 단 하나라면 ‘누군가(신)가 우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셀수 없이 많다면 그렇게 생각하기 어렵겠지요. 10의 500승개의 법칙을 만드는 ‘영원히 부산스러운’ 신은 좀 ‘신’같지 않잖아요. 여하간 우주가 셀수 없이 많다고 가정한다면, 우주 중엔 생명이 사는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을 겁니다. 다행히 생명이 살만한 우주에 태어난 생명체가 지적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시다. 그들이 자신들의 세계를 조사한다면, 그들은 환경이 자신들의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세밀하게 갖추고 있음을 발견할 수 밖에 없겠죠. 그 조건들을 아주 세밀하게 갖추지 못했다면 관찰자 - 관찰자를 탄생시킨 우주는 - 는 존재할 수 없을 테니까요. 당연히. 우주의 규칙들은 그것을 관찰하는 행위에 의해 결정되는 겁니다. (마치 양자세계에서의 관찰행위와 비슷합니다.) 이걸 인본원리라 합니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의 환경뿐 아니라, 자연법칙까지도 결정합니다. 이렇게 '왜?‘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창조주 신의 자리가 필요없어집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유신론을 뒤집을 대단한 책으로 홍보된다는 겁니다. 스티븐 호킹이 부인하는 신은 ‘초월적 유일신’입니다. 그의 과학관은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초월자로서 시공의 한켠을 점유하고 계신 형상이 있는 분’으로서의 신을 거부합니다. 특정 ‘신관’을 거부하는 것일 뿐입니다. 과학자니까 신학이나 신앙에는 관심이 덜 할테고, 당연히 지난 백년간의 영적, 지적 노력들의 결과물들을 이해하고 있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의 과학관과 충돌하지 않는 신관이 있다는 걸 모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과학사의 모든 업적들이 총 망라되어 있는 책의 내용에 비해, 책 분량이 턱없이 적게 느껴집니다. 부연설명이 부족하여 이해하기 쉽지 않아요. 핵심인 M이론은 워낙 전문적인 내용이라그런지 자세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여분의 공부와 함께 끈기있게 읽어나간다면  ‘왜? 특정한 법칙들이 있는가?’에 대한 스티븐 호킹의 대답을 만나게 되는데 그럴듯해 보입니다.  진짜같긴 합니다. 그러나 워낙 어려운 이야기들이고 현실과 너무 괴리된 얘기라 감이 잘 안옵니다. 지구를 넘어 태양계를 넘어 상상할 수 없이 넓은 우주가 몇개인지를 상상한다는건 참 비현실적인 일입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죠. 인간의 작은 골통으로 그 넓은걸 어케 안단 말입니까. 책에 부제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위대한 골통]!! 그래서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책에서 인용한 아인슈타인의 말입니다.


'우주와 관련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우주가 이해 가능하다는 점이다.'
 위대한 골통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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