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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인 벤은 미국인 사위다. 속속들이 뿌리 깊은 청교도 집안 출신의 뉴잉글랜드 사람이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온 이후 10대에 걸쳐 보스턴에 가까운 플리머스 항을 떠나지 않고 살았으니 말 다했다.




  시카고 대학을 다니다 같은 대학에 다니던 한국인 여자를 만나 덜컥 결혼했다. 이 남자는 ‘파리 리뷰’라는 고급 문예지 편집위원을 하며 유유자적하게 지낸다. 월급은 겨우 최저임금 수준이다. 그러다 기업 변호사로 잘 나가던 아내가 일을 때려치우고 엄마와 같이 브루클린에서 델리를 열게 된다.




   코리안 델리라! 델리를 인터넷에서 쳐보자. 인도 북부에 있는 도시 이름이 뜬다. 줄줄이 여행기가 딸려 나온다. 뉴욕의 델리가 뭔지 궁금한 나로선 실망스럽다. 부제가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로 붙어 있다. 델리가 한국의 편의점을 꼭 닮은 건  아니다. 책을 읽어보니 미국에서 델리는 우리의 편의점과 작은 분식가게를 합한 형태 같다.




  그 엄마는, 그러니까 저자의 장모는 미국에 30여 년 전 영어도 모르면서 이민 온 억척여자다. 그리고 그 여자는 한국에서 현대사의 소용돌이를 몸소 겪으며 어떻게든 돈을 벌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식으로 단단하게 무장해 있다. 




  이 책은 그 둘이 한 가게를 운영하며 벌이는 온갖 문화인류학적 소동으로 차 있다. 한국인이 어떤 종족이냐고? 벤이 뉴욕 외곽에서 장모와 함께 살면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묘사한 글들을 읽어보시라.


  


 “머리 위로는 한국에서 온 (장모의)친척들이 밤낮을 안 가리고 쿵쿵거렸다.


어떤 친척들은 싱글 침대 하나에서 세 명이 끼어 자며 몇 달이나 머물다 가기도 했다. 혹은 어떤 친척들은 영어 한 마디 못하면서 미국으로 아예 이민을 왔다. 하지만 장모네 집에선 이런 것들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는 365일 한국 드라마가 상영되었고, 라디오 주파수는 변함없이 한국 토크쇼 채널에 맞춰져 있었다. 냉장고에는 콩나물국, 해삼, 배추 발효 음식 등이 가득했다.”


 


  유머에 차 있으면서 씁쓸하고 무릎을 치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겠는가? 그런 것이 한국인인 것을.




  한국인의 위험감수 문화와 도전 의식, 그리고 불굴의 의지와 근면성, 괴상한 문화적 풍습을 이 책만큼 잘 보여주기도 드물 것 같다. 그런 한국인이 청교도 출신 백인 남자- 정확하게는 청교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애쓰는 열린 청교도-를 만났으니 일어나는 소동들이 쏠쏠하게 재미있다. 




  그러고 보니, 벤의 아버지가 문화인류학자다. 문화인류학자는 자식을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인종에게 푹 열린 마음을 지니도록 교육을 잘 시키는 모양이다. 이 책은 뉴욕 델리를 예로 들어 한국인과 골수 백인의 유쾌한 문화인류학적 비교 고찰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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