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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가 넘치는 반전 풍자 소설이다. 한 마디로 걸작. 어째서 이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을까? 한 마디로 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안정효가 쓴 ‘글쓰기 만보’라는 책에서 이 책을 소개하지 않았으면 더 늦게 발견했거나 끝끝내 읽지 못했을지 모른다.




  안정효는 자신이 영문학과에 다니면서 1960년대에 읽은 이 책을 출판사에 번역하도록 권했다. 자신이 직접 책을 번역했다. 이 책의 가치를 최초로 발견한 자는 안정효인 셈이다.




  주인공 요사리안은 2차 세계대전에서 이탈리아 해안에 있는 피아노사라는 섬에서 공군 폭격수로 근무한다. 그가 규정 출격회수를 채우면 상사인 캐스타트 대령이 의무 출격회수를 늘린다. 그 사이 요사리안의 친구들은 하나씩 죽어 나간다. 그는 미친 척 해서라도 제대해서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런데 ‘캐치-22’이라는 근무 규정이 그의 귀국을 막는다. 자신이 정신 이상이라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정신이상이 아니다. 그러니 요사리안은 목숨을 걸고 계속 폭격기를 타야 한다. 끝없는 이율배반이 이 소설을 지배하고 있다.




  소설은 소설에 나오는 사람 이름을 딴 장들로 채워져 있다. ‘더케트 간호사’, ‘투사 마일로’ 이런 식이다. 사람 이름으로 연결된 장들은 일관된 줄거리가 없다. 그런 장치들이 이 소설이 보여주는 풍자를 더 강렬하게 만든다.




  ‘다네카 부인’ 장은 멀쩡하게 살아있는 다네카 군의관이 행정서류 상 전사한 것으로 처리되는 내용이다. 전쟁성은 다네카 부인에게 다네카 군의관이 전사했다는 통지를 보낸다. 이 장에서 전쟁과 관료조직이 벌이는 끔찍한 인간 파괴가 웃음기 띤 악몽으로 펼쳐진다. 군인이면서 군수 물자 장사를 하는 마일로가 미군비행장을 폭격하는 장면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새로운 풍자적 리얼리즘이라고 할까?




  초상화는 모델을 닮아야만 걸작으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전쟁과 반전이라는 주제를 입체적인 풍자로 그려낸 이 책은 손에 쥐면 놓기 어려운 매력 덩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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