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15] 어머니/강상중/오근영 옮김/사계절

by 정광모 posted Jun 2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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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저자는 일본어로 이 글을 썼다. 저자인 강상중은 1998년, 재일 한국인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한국어로 글을 쓰지는 못한다.




  강상중의 어머니는 16세 때 고향인 진해 경화동을 떠나 한국인 약혼자가 일하는 도쿄로 들어간다. 그 해 대동아전쟁이 시작되었다. 식량난과 공습 속에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어머니는 일본어를 배우지 못해 늘 한스럽게 여겼다. 재일 한국인이 일본어로, 일본어를 몰랐던 한국인 어머니가 일본에서 산 이야기를 쓴 것이다. 책을 읽으면 감동이 넘친다. 거의 문학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유려한 문체에 구석구석 적절한 묘사가 들어차 있다.


 


  대동아전쟁의 말기, 미국 B-29 폭격기가 퍼부은 소이탄의 공포와 조선전쟁(6. 25 전쟁)이 발발하자 바로 호황으로 변신한 일본 사회 묘사가 리얼하다.




  무엇보다 머나먼 이국에서 폐품수집상을 경영하며 치열한 삶을 사는 어머니가 치른 ‘귀신을 쫓아내는’ 주술적인 의식 묘사가 압권이다. 커다란 식칼을 꺼내어 휘두르고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소금을 뿌리던 어머니는 몸에 배인 의식에서 어떤 의미를 추구했던가?




  마침내 어머니도 진해 경화동을 방문하고 아들인 강상중도 진해를 찾는다. 일본과 한국의 경계선에 선 자이니치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 땅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경계인으로서의 자이니치 1세대들의 강인한 삶과 의미에 콧날이 시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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