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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과학자인 수전 배리는 마흔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 평평한 세계에서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사시였고 입체를 보지 못했다. 입체시가 부족하거나 없으면 읽기도 어렵다.

  두 눈에서 오는 정보가 융합하는 대신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안과의사가 몇 번 눈근육 수술을 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못했다. 




  수전은 양쪽 눈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달라 무의식적으로 뇌가 한쪽 눈에서 들어오는 상을 억압해서 제거해버렸다. 한쪽 눈을 15도 안으로 돌려 맹점에 상이 맺히게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모순되는 상을 제거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터득했다.


  평평한 세계


  한쪽 눈으로만 보는 세계는 평평했고 자전거나 차를 운전하면 불안했다. 처음 운전대 앞에 앉았을 때 다가오는 차에 깜짝 놀랐고 아무것도 없던 데서 차와 보행자들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수전은 신경과학자로 시신경은 결정적인 시기에 배선이 되고 변화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자신이 검안의 루지에로 선생을 만났을 때까지는 그랬다. 마흔여덟 살에 루지에로 선생을 만나 브룩 끈 등을 이용한 시각훈련치료를 받았다. 어느 날 진료실을 나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평범한 운전대가 새로운 차원을 띠고 있었다. 훈련받은 시신경 시냅스와 뉴련이 변화한 것이다.




  시각훈련으로 입체시를 보다


  운전대가 자체의 공간 속에 둥실 떠 있었고, 운전대와 계기판 사이에는 손에 잡히는 부피의 빈 공간이 채워져 있었다. 들뜬 채로 한쪽 눈을 감자 운전대의 위치는 늘 보던 ‘정상’으로 돌아갔다. 계기판 바로 앞에 납작하게 놓여 있었다. 다시 감은 눈을 뜨자 운전대가 수전 앞으로 떠올랐다.




  입체시가 발달하기 위한 결정적 시기로부터 40년도 더 지난 때였다. 다음 날에는 싱크대의 수도꼭지가 수잔을 향해 뻗어 나왔으며 샐러드에 들어 있는 포도는 전에 보았던 어떤 포도보다 둥글고 알찼다.




  3차원을 본다는 황홀한 마약주사를 맞자 수전은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었다. 자동차 범퍼, 열린 문, 나뭇가지, 큰 건물의 바깥 모서리, 신비롭지 않은 곳이 없었다. 등을 대고 누워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면 그물처럼 얽혀 있는 3차원으로 보여 수전은 경치를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3차원의 신비


  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스가 수전 배리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뉴요커’에 발표하자 많은 매체가 그녀를 주목했다. 수전은 책에서 마법과도 같은 3차원 세계로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묘사한다. 일반인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3차원 시각’을 매혹적으로 신경과학과 연결해서 그려냈다.




  헬렌 켈러는 저서 ‘사흘만 볼 수 있다면’(산해)에서 두 눈이 멀쩡한 사람이 얼마나 무감각한지 놀란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얼마 전,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마침 숲속을 오랫동안 산책하고 돌아온 참이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별거 없어.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눈이 멀쩡한 사람들도 실제로는 보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답니다. 어떻게 한 시간 동안이나 숲속을 거닐면서도 눈에 띄는 것을 하나도 보지 못할 수가 있을까요? 나는 앞을 볼 수 없기에 다만 촉감만으로 흥미로운 일들을 수백 가지나 찾아낼 수있는데 말입니다.”




  입체시로 보는 사람도 그럴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보는 3차원 세계에 젖어있어 입체시의 경이로움을 잊어버린다.




  ‘3차원의 기적’은 한 신경과학자가 안내하는 3D세계로의 특별한 여행이다. 영화 아바타만 3D세계를 획기적으로 보여주는 건 아니다. 수전은 책을 통해 인간의 감각, 특히 시각이 우리에게 준 놀라운 선물을 풀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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