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조회 수 22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문학일기 8]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마음산책  


 책은 3장으로 나눠져 있다. 도시, 바다, 얼음. 그리고 책 첫 페이지에 코펜하겐 지도가 나온다. 지도가 나오는 책은 도시 구석구석을 다니며 이야기와 지리를 얽는 경향이 있다.




  첫머리는 눈이 내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 더 이상 모국어라 할 수 없는 언어로 말하자면, 이 눈은 카니크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서 눈은 눈(雪)이다. 사물을 보는 눈(眼)이 아니다. 책을 손에 들면서 제목의 눈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인지, 사물을 보는 눈인지 궁금했다. 스밀라는 그리란드 이누이트 엄마와 덴마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절반은 이누이트족인 스밀라는 눈과 얼음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다.




  한국어에서 눈을 표시하는 말은 가랑눈, 함박눈, 싸락눈, 진눈깨비, 살눈, 자국눈, 풋눈, 상고대 정도다. 10개를 넘어서지 않는다. 북극 가까이에 사는 이누이트족이 눈에 대해 얼마나 많은 단어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눈과 얼음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 남다를 것은 분명하다.




  옆집에서 사는 아이인 이사야가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다. 10미터나 되는 건축용 발판에는 이사야 운동화 발자국 밖에 없다. 이사야의 것 말고 다른 발자국은 없다. 그 애 말고 눈 위를 지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사관은 아이가 높은 곳에서 놀다 떨어져 죽었다고 결론짓는다. 스밀라는 이사야가 눈을 밟은 발자국이 뭔가 다르다고 깨닫자 왜 이사야가 그 높은 곳에 올라가서 떨어져 죽었을까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작품은 그린란드와 덴마크 역사와 경제를 따라가고 법의학과 언어학자를 만나며 점점 방대하게 그 죽음의 원인을 밝혀낸다. 추리소설이면서 역사와 언어와 지리와 법의학과 카지노, 관료제도를 맛깔스럽게 버무려넣었다. 이 책도 손에 들면 쉽게 놓지 못하는 스토리텔링의 마법을 보여준다.




  책에서 장님 언어학자가 30초간 녹음 테이프를 듣고 말한 사람이 어떤 자인지를 밝혀내는 부분을 흥미있게 읽었다.


  “40대 중반이군요. 앙마살리크 근처에서 자랐고요. 정식 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동그리란드어에 북부 방언의 흔적이 있군요.”




  스밀라가 믿지 않자 그는 언어는 홀로그램으로 모든 인간의 발화에는 그 사람의 언어적 과거가 총체적으로 깔려 있다면서 36세 여자인 스밀라의 말투에서 추리한 내용을 말해준다.




  “당신만 해도 …… 30대 중반이죠. 툴레나 그 북쪽에서 자랐고요. 양친 중 한 사람이나 둘 다 이누이트죠. 언어적 기반이 그린란드어에 동화된 이후에 덴마크로 왔습니다. 그렇지만 외국어를 완전히 배울 수 있는 어린아이의 본능적 재능을 상실하기 이전이었죠. 일곱 살에서 열한 살 사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여러 사회적 방언 흔적이 보이네요.”




  스밀라는 사랑스럽고 용감한 여자다. 책을 덮고 주인공 인상이 강하게 남는 작품은 대체로 뛰어나다.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내용을 배우는 덤도 얻을 수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6 공지 항우와 유방 1,2,3(224-1) -시바료타로(양억관)- (달궁) 1 이재우 2007.05.14 2935
415 공지 생명이란 무엇인가 -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5 양경화 2007.05.17 4548
414 공지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 이유미 4 양경화 2007.05.20 3352
413 공지 [24] 김정동, '문학 속 우리 도시 기행' 이동훤 2007.05.23 2481
412 공지 유뇌론(唯腦論) -요로 다케시(김석희)- (재인) 2 이재우 2007.05.25 2773
411 공지 [29] 스티븐 샘플, '괴짜들의 리더십' 이동훤 2007.05.30 2720
410 공지 몰입의 즐거움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2 정현경 2007.05.31 3804
409 공지 On the Road - 박준 2 양경화 2007.06.06 2846
408 공지 마이크로 코스모스 -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1 양경화 2007.06.06 3130
407 공지 꿈꾸는 기계의 진화 -로돌포 R. 이나스(김미선)- (북센스) 2 이재우 2007.06.06 2740
406 공지 '앎의 나무'를 읽고 5 엄준호 2007.06.07 3484
405 공지 사랑을 위한 과학 -토머스 루이스, 패리 애미니, 리처드 래넌(김한영)- (사이언스 북스) 4 이재우 2007.06.15 2975
404 공지 <생명의 허들> - 1리터의 눈물 어머니의 수기 1 퐁퐁이 2007.06.17 3139
403 공지 나는 걷는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 3 양경화 2007.06.17 2982
402 공지 '초파리의 기억'을 읽고 2 엄준호 2007.06.18 3529
401 공지 생명, 최초의 30억년 - 앤드류 H.놀 2 양경화 2007.06.20 2879
400 공지 김병종의 모노 레터 - 김병종 2 양경화 2007.06.23 2592
399 공지 사이토 다카시의 '일류의 조건'를 읽고.(44th) 1 송근호 2007.06.25 3082
398 공지 호텔왕 힐튼 자서전을 읽고.. (45th) 송근호 2007.06.25 3608
397 공지 브라이언 트레이시의“행복한 삶을 위한 성공시스템”을 보고..(46th.) 2 송근호 2007.06.25 303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 72 Next
/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