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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일기 8]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마음산책  


 책은 3장으로 나눠져 있다. 도시, 바다, 얼음. 그리고 책 첫 페이지에 코펜하겐 지도가 나온다. 지도가 나오는 책은 도시 구석구석을 다니며 이야기와 지리를 얽는 경향이 있다.




  첫머리는 눈이 내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 더 이상 모국어라 할 수 없는 언어로 말하자면, 이 눈은 카니크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서 눈은 눈(雪)이다. 사물을 보는 눈(眼)이 아니다. 책을 손에 들면서 제목의 눈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인지, 사물을 보는 눈인지 궁금했다. 스밀라는 그리란드 이누이트 엄마와 덴마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절반은 이누이트족인 스밀라는 눈과 얼음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다.




  한국어에서 눈을 표시하는 말은 가랑눈, 함박눈, 싸락눈, 진눈깨비, 살눈, 자국눈, 풋눈, 상고대 정도다. 10개를 넘어서지 않는다. 북극 가까이에 사는 이누이트족이 눈에 대해 얼마나 많은 단어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눈과 얼음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 남다를 것은 분명하다.




  옆집에서 사는 아이인 이사야가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다. 10미터나 되는 건축용 발판에는 이사야 운동화 발자국 밖에 없다. 이사야의 것 말고 다른 발자국은 없다. 그 애 말고 눈 위를 지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사관은 아이가 높은 곳에서 놀다 떨어져 죽었다고 결론짓는다. 스밀라는 이사야가 눈을 밟은 발자국이 뭔가 다르다고 깨닫자 왜 이사야가 그 높은 곳에 올라가서 떨어져 죽었을까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작품은 그린란드와 덴마크 역사와 경제를 따라가고 법의학과 언어학자를 만나며 점점 방대하게 그 죽음의 원인을 밝혀낸다. 추리소설이면서 역사와 언어와 지리와 법의학과 카지노, 관료제도를 맛깔스럽게 버무려넣었다. 이 책도 손에 들면 쉽게 놓지 못하는 스토리텔링의 마법을 보여준다.




  책에서 장님 언어학자가 30초간 녹음 테이프를 듣고 말한 사람이 어떤 자인지를 밝혀내는 부분을 흥미있게 읽었다.


  “40대 중반이군요. 앙마살리크 근처에서 자랐고요. 정식 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동그리란드어에 북부 방언의 흔적이 있군요.”




  스밀라가 믿지 않자 그는 언어는 홀로그램으로 모든 인간의 발화에는 그 사람의 언어적 과거가 총체적으로 깔려 있다면서 36세 여자인 스밀라의 말투에서 추리한 내용을 말해준다.




  “당신만 해도 …… 30대 중반이죠. 툴레나 그 북쪽에서 자랐고요. 양친 중 한 사람이나 둘 다 이누이트죠. 언어적 기반이 그린란드어에 동화된 이후에 덴마크로 왔습니다. 그렇지만 외국어를 완전히 배울 수 있는 어린아이의 본능적 재능을 상실하기 이전이었죠. 일곱 살에서 열한 살 사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여러 사회적 방언 흔적이 보이네요.”




  스밀라는 사랑스럽고 용감한 여자다. 책을 덮고 주인공 인상이 강하게 남는 작품은 대체로 뛰어나다.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내용을 배우는 덤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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