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없다? 위대한 설계(스티븐 호킹 저)를 읽고 든 느낌...

by 정길호 posted Oct 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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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없다? 위대한 설계를 읽고...



스티븐 호킹 교수님의 책이 드디어 번역되었습니다. 사고 보니 1판1쇄내요. ^^ 다 읽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솟아오르는((?)책의 첫머리에 ‘철학은 죽었다’라는 구절을 보고 특히 그랬습니다.) 무언가를 참기 힘들어 적어봤습니다. 저는 단지 인식할 수 없을 뿐, 신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티븐 호킹교수님과 같이, '단지 인식할 수 없을 뿐이 아니라,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유신론자와 무신론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저 나름대로 비과학적(?) 입장에서 과학적(!) 무신론을 비판해 보았습니다. (칼 세이건 박사님의 '신이 있다는 증거가 없는 것이 신이 없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라는 견해가 과학자가 지녀야할 유신론을 대하는 태도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저는 스티븐 호킹박사님의 이번 책이 과학(또는 과학이 이룩한 업적에)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는 가치관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며,하지만 과연 과학이 절대성을 지니는 현실이 과학자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과학이란, 끊임없는 회의와 의심이 본질이라고 생각하며 무언가를 확정하는 순간 과학이 아닌, 신념(또는 종교)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다는 생각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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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계를 통해 생각해본 과학주의의 문제점>



1. 과학이론의 상대성


과학의 기본은 관찰과 관찰을 토대로 한 이론 전개에 있다. 과학이 만약 어떠한 상태에 절대성을 부여하게 된다면 이는 이후 새로운 관찰과 이론을 부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마치 종교가 그랬듯이 하나의 과학권력이 되어 과학을 제외한 타 학문 영역을 파괴하는 파괴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기는 힘들다.



2. 관찰의 중요성


저자는 최종이론으로 M-이론 가설을 내세웠다. M-이론이 정식이론일 수 없는 것은 관찰의 한계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오감으로 관찰할 수 없는 영역을 체계화하면서 오는 오류를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언제까지라도 M-이론은 가설일 수밖에 없다. 땅위에 사는 동물로서 인류가 하늘을 나는 새, 또는 물 속을 자유로이 헤엄치는 어류의 감정을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가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세계에는 눈에 보이는 세계와는 다른 법칙들로 운영된다는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그것이 암흑물질의 법칙이고, 그 법칙으로 암흑세계가 존재한다면 너무 확장된 가정일까?


하지만, 우리는 이미 우리우주에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눈에 보이는 현실세계보다 더 큰 비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않은가?


우리가 관찰할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건 가장 쉬운 가설이고, 이러한 가설에서 당연히 신의 존재가 대두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단순한 가설을 배제한 채 기존의 관찰결과로 이루어진 가설로만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3. 보이지 않는 세계


현대과학과 새로운 이론체계는 우리의 감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세상에 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감각에 기반한 세상은 상식적인 세상이다. 즉, 현대과학은 상식에 반하는 세상이다. 상식에 반하는 세상을 기술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아원자 세계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아원자 세계는, 곧 ‘무(無)’의 세계인 것이다. 하지만, 현대과학은 무(無)를 인식하기를 아주 작은 있음, 곧 ‘유(有)’의 세계로 가정한다. 가정한다는 의미는 현대과학이 가설을 세우고 이론을 전개함을 말하며 진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중력자(graviton)에 대한 가설이다.


이책의 마지막 부분에 우리우주가 존재할 수 있었고, 물질을 만들어서 지적인 생명체까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중력이 큰 영향을 했다고 했는데... (중력을 암흑에너지의 수축하는 힘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있지만...)

사실 나는 중력에 대해서 아무리 이해할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

중력자(重力子)는 말 그대로 중력을 전달하는 입자이다. 중력이 물질로 이루어져있음을 뜻하는 말인데, 하지만 우리는 정말 중력이 중력자에 의해 나타나는지 알고 있지 못하다. 단지, 중력은 중력자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믿고’ 있을 뿐이다.



현대과학이나 기존의 근대과학이나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는 단지 다른 방향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근대과학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 신이 있다고 믿었던 것처럼 현대과학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아주 작은 물질이 있다고 믿고 있다는 점에서, 믿음에 기반한 학문체계란 점에서는 동일하다. 믿음에 기반한 학문체계는 또 무엇이 있는가? 신학이 있을 뿐이다.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가설을 세운다. 가설은 기존이론에 근거하거나, 인간의 상상력에 의존하는 보편적인 합리성에 근거한다. 기존이론과 합리성은 무엇에 기반하는가? 역시 이전시대의 이론과 당시의 합리성에 의존한다. 결국 인간의 이론과 합리성이라는 것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거나, 경험할 수 있는 사실들에 기반한다는 것이며 이는 철학의 역사에서 데카르트의 합리주의 이후에 베이컨의 경험주의가 대두되게 된 배경이다.



만약에 경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가설은 어떻게 되는가? 경험이란 과학에서는 관찰을 의미하는데 관찰이 일어나지 않았거나 관찰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때 하나의 이론체계는 어떤 결과를 맞을까? 가설을 뒷받침하는 신념이 강할수록 종교적 절대성을 가지게 될 뿐이다. 이 저서에서 가지게 된 또 하나의 생각은 현대과학이 절대성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4. 지식은 권력이다.


하나의 지식은 단순히 학문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지식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현재의 세계는 현재의 지식으로 이루어진 권력체계이다. 그 지식이 옳은가, 그른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세의 서양세계를 뒷받침했던 이론이 신학이었던 것은 신학이 절대적으로 옳았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이었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은 권력에 기반한 학문이 보여줄 수 있는 인간이성의 한계상황인 것이다. 권력이 천하통일의 세력확장을 꾀하는 것처럼 학문 또한 그러한 속성이 있다. 지금 천하통일을 꾀하는 또 하나의 학문이 있다. 그 학문은 철학은 죽었으며, 신학은 이미 믿음의 근거를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과학이 옳다는 신념을 가질수록, 현대과학을 뒷받침하는 현대사회의 권력체계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채택되는 학문이 그러한 권력을 함께 향유한다. 그것이 가장 옳고 진리에 가깝기 때문이 아니다. 주류학문이 가지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학문의 종사자는 마녀사냥의 도구가 되거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5. 철학은 죽었다?

철학은 과학과 같이 생각하는 방법에 관한 학문이다. 철학과 비교할 때, 과학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이론모델을 정립하는 과정의 학문이고, 과정에 정밀함이 요구되는 학문이다. 철학적 입장에서 볼 때, 현대과학은 실증주의사조라고 할 수 있다. 실증주의사조는 당연히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서두에 언급한 칼 세이건 박사님의 견해가 실증주의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그리고 삶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하거나 찬미하는 경향이 있다.실증주의자들은 결국엔 회의주의로 빠지거나, 삶자체를 찬미하는 생철학으로 나뉘게 된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삶자체를 찬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과학적 결정론으로 지적인 생명체, 즉 인류가 발생하게 된 과정을 "위대한 설계"라고 하여, 마치 신은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과학이론이 신을 대신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저서에서의 문제점은 철학과 과학이 달라지는 지점, 즉 관찰과 실험, 그리고 실증이라는 부분이 현대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관찰이 이루어지기 힘든 이론들(다중우주론, 초끈이론, M-이론)을 설명하기 때문인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사변적으로 흐르는 데 있다.
결국 저자는 과학을 설명하면서 철학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스스로 인정했던 것처럼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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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 읽었습니다. 
고대에는 철학자가 과학을 했다고 하던데, 앞으로는 철학자와 과학자의 구분이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이책을 읽으며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최소한 향후 백년동안은, 아니면 그 이상의 시간동안 양자론과 상대론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검증하는 시간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함께 해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의 관찰기술로는 이 두 이론들 이상을 밝혀내기 힘들다는 것이죠...
또 왜 거대강입자 가속기의 실험결과에 전세계 물리학자들이 그토록 목매도록 기다리는지도 알게 되었구요. 
그 결과 어떻든간에, 새로운 입자를 찾든 못찾든,
옳든 그르든, 단지 새로운 관찰사실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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