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방정식"을 읽고

by 표태수 posted May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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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방정식을 읽고,


[대략의 줄거리]
신의 방정식은 아위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을 일컫는 말이다. 이 책은 아윈슈타인의 방정식이 성립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과학사를 풀어내듯이 서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수준이고, 특수상대성이론이후 아윈슈타인이 뉴톤의 중력이론을 확장시킨 일반상대성이론을 확립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하나는 아윈슈타인이 중력과 가속계가 서로 다른 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에서 출발하여 개념을 정교화해가는 과정이고, 둘째는 논지의 전개와 정교화를 위해서는 유클리드기하와는 다른 수학적 개념과 틀이 필요함을 아윈슈타인이 깨닫는 것과 관련지어서, 괴팅겐대학의 리만에 의한 비유클리드기하학인 리만기하학의 발전을 다루고 있다. 세째는 일반상대성이론이 관측을 통해서 확실한 이론으로 확정받는 과정이다. 이것은 어떠한 이론이든 관측적/실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물리가 아닌 단지 사변에 지나지 않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아윈슈타인이 개기일식 관측을 통해 태양주위를 지나는 별빛이 휘어짐을 관측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크리미아 원정를 기획하지만 세계대전, 기상등의 영향으로 실패하고, 그 대신 영국의 천문학자들인 에딩턴과 다이슨에 의해 기획된 개기일식관측원정대에 의해 관측이 계획되고 성사되는 과정, 영국왕립천문학회를 통해서 아윈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공식적으로 믿을 만한 이론으로 추인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인상깊은 점/이야기해두고 싶은 점]
1.
이 책은 서두에서 우주론학자가 우주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가속팽창하는 것을 발견하고, 아위슈타인 방정식의 우주항(Λ)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아윈슈타인이 잘못집어 넣은 항이라고 고백하기도 한 항이 실은 없어서는 안될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아윈슈타인의 방정식을 완벽한 신의 방정식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우주항은 원래 중력만을 고려하면 단지 인력만이 존재하게 됨으로 해서, 당시 정상우주론(static cosmos) 즉 변화하지 않은 정적인 우주론의 관점을 가지고 있던 아윈슈타인에게는 인력에 대응하는 어떠한 힘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추가된 항목이었다. 하지만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이 허블에 의해 확정되고, 프리드만에 의해서 우주항이 없어도 아윈슈타인의 방정식에서 우주가 팽창하는 해가 도출되기도 했고, 예상치도 않게 드지터에 의해서 텅빈 우주도 존재할 수 있다는 해가 나오기도 했음을 보인다. 이런 측면은 아위슈타인이 방정식을 만들기는 했지만, 미처 아윈슈타인조차 이해하지 못한 측면들이 방정식에 존해하고 있었다는 점을 드러낸다. 우주항은 어떤 구체적으로 표현된 고정된 수학적 형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설명를 위해서는 다른 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고, 자기완결적인 완벽한 방정식이라기 보다 발전가능성을 내포한 열린구조의 방정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2.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서 아윈슈타인도 당시의 우주에 대한 지식으로 부터 결코 자유스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첫째는 우주가 항상 그날이 그날같다는 정상우주론이 우세하던 시기이기 때문에, 그걸 유지하기위해서 우주항을 방정식에 추가한 것. 둘째는 당시의 우주는 외부은하라는 개념이 없고, 우주는 상당히 작았다. 섬우주에 관한 대논쟁이후에야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계가 아닌 외부은하라는 것이 알려졌을 정도였기에, 외부은하나 은하단등의큰 중력에 의한 중력렌즈현상에 대해서 아윈슈타인은 중력렌즈현상이 일어나려면 상당한 질량를 가진 천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측하기 힘들것이라는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었다는 점이다.




3.
저자는 왕립학회에서 아윈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공인되는 장소에 아윈슈타인 본인을 초청조차하지 않았다는 점에 분개한다. 그점에 대해서는 필자도 공감하지만, 당시가 제1차세계대전의 직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쟁을 일으킨 적국의 과학자를 불러, 더우기 적국 과학자의 이론이 맞다고 추인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민감하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항이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초기 국제천문학회(IAU)에도 독일과학자들의 참석자격이 없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말이다. 한편으로는 당시까지 과학의 지배적인 이론이었던 뉴톤의 이론를 뒤집어 업고 더욱 더 포괄적인 이론으로 대체됨을 공인한다는 점에서, 영국인 특유의 자존심들이 작용했던 것은 아닐까?




4.
다이슨이 에딩턴을 단장으로 하는 개기일식관측탐사단을 기획하는 것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에딩턴이 퀘이커교도로서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였고, 전쟁에 징집명령이 내려지면 거의 100% 에딩턴은 강제노역이나 수용소로 가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한 다이슨이 그를 구하기위한 목적도 한 측면이라고 한다. 에딩턴은 행복한 사람이었다. 한편으로 아윈슈타인도 평화주의자 였으며, 당시 세계대전의 참화속에서도 과학을 매개로한 두 평화주의자의 연결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에필로그]


백북스를 통해서 알게된 책이었고, 도서관 신청절차를 통해서 다른 도서관으로 부터 공수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원래는 박문호박사님의 “뇌, 생각의 출현”등과 같이 한국쪽에 주문를 하려고 했더니, 경제위기가 신용위기화 되었나, 해외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바람에 난감해 하고 있던 참이었다가, 도서관에서 의외로 이런저런 한국어책들이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되어 이용하게 되었다. 알고보니, 도서관에 있는 한국책들을 많이 빌려보라고 한다. 그래야 한국책 영역이 유지될 테니까 말이다. 나로서는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그래도 역시 필요한 책들은 택 없이 부족해서, 때에 따라서는 원서를 시도해 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책 제목에 끌려서, 혹시 아윈슈타인 방정식의 수학적 함의들을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빌리기로 했는 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처음엔 아쉬웠다. 하지만 과학사적인 측면에서 당시의 사회상과 주변정황등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서술하여 일반상대성이론의 출현 과정을 잘 이해시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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