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공지
2008.09.01 06:46

뇌의 마음 -월터 프리먼-

조회 수 3405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큰 일을 겪고 난 뒤 종종 사람이 달라진 걸 볼 수 있다.


이 변화는 큰 일이 준 스트레스가 극단에 도달해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상태에 다다르고, 쓰러지는 과정에서 폐기학습(이전에 가졌던 행동패턴들의 소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파블로프는 이 상태를 한계를 넘어선 억제라고 부른다. 이는 군사훈련장, 대학의 동아리, 스포츠 팀 등의 훈련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을 한데 묶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망각을 이용한 새로운 동화(同化)의 성립인 것이다.


 


우리로서는 상상력에 흠뻑 빠져 놀이에 혼을 놓고 있는 동물과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자각하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나 자신을 자각하지 않을 때 가장 훌륭한 솜씨를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 경지에서는 목표만이 자각될 뿐이다.(269)


 


어떤 운동을 배울 때 처음엔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 의식적으로 깊이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운동을 하는데 의식보다는 무의식에 의존하는 비율이 더 커진다. 흔히 육감이라 부르는 그 무엇인가에 의해 더욱 과감하게 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자신을 잊고 행위에 완전히 몰입할 때에 최고의 성취와 즐거움이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지향성은 해당 행위가 이루어지는 순간마다 삶의 모든 경험을 동원해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모든 감각계의 통일을 불러 일으킨다.


 

지각작용은 대부분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그 과정에 간헐적으로 자각이 일어나 샘플을 추출하여 표시까지 해둔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그 샘플들이지, 그 과정이 아니다.(45)

 

언덕을 굴러 내려가는 돌과 사람의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은 자신이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뿐이라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우리에게 의지는 없고 의도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애써 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하게 되는 일들을 우린 습관이라 부른다. 이는 우리 몸이 다가올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준비시키고, 그 행동을 현실로 옮길 수 있도록 만드는 몸의 작용이다. 저자는 이 무언가를 준비하게 만드는 상태를 감정이라 부른다. 쉽게 말해 감정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인간의 관념들은 인간 존재를 이루는 일상의 행동과 관심에서 나온다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인간은 인간이 취하는 행동을 통해 존재하게 된다. 이는 곧 지향성이 의식을 앞선다는 말이며, 행동이 지각을 앞선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투에서의 승리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폴레옹이 먼저 뛰어 드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보여.’라고 대답한 것처럼 말이다.

 

지각은 기억의 맞춰봄에 다름 아니다.

 

나는 지금 기억들을 쌓아가며, 기존의 기억들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기억들을 창조해내기 위해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1927년에 출생한 월터 프리먼은 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2차 세계대전 중 해군에서 전자공학을, 시카고 대학에서 철학, 예일대학에서 의학,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내과학, UCLA에서 신경정신병학을 공부하고 1959년 이래로 UC버클리에서 뇌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의 삶은 책 속에서 한 말처럼 뇌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는 여러 학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것 같다. 아니, 삶을 대하는 경건함을 보는 것 같다.

 

 

  

  • ?
    김주현 2008.09.01 06:46
    글이 의미하는 말들을 생각하고 정립하느라 오랜 시간동안 머물렀습니다. 아마도 이글에 대한 의미의 정리란 하이데거의 말처럼 제 경험을 비롯한 관념이겠지만. 저도 글을 읽으면서 지금 기억들을 쌓아가며, 기존의 기억들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기억들을 창조하게 됐습니다.

    뇌의 마음에 의존하지 않고 뇌의 마음 위에서 사고하는 것이 현실에 효율적이겠지만 그렇게 하는 게 과연 정말 효율적인가 생각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일에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그때 어떤 것에 따를지, 나의 경험에 비춰 어떤 선택이 더 좋은일인지 먼저 우리는 알아야 선택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글을 읽고 월터 프리먼이 학생들에게 뇌과학을 가르칠 때 어떻게 가르치는지 그의 교수법이 궁금해집니다. 뇌과학만 가르치는지 자신의 관념을 가르치는지,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배려도 하는지 등등 원서 단어들만 봐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

    좋은 독후감으로 많이 생각하다 갑니다. 상대방에게 생각하게 해주고, 필자의 마음을 전해주는 글들이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기 때문입니다. 계속 부탁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6 인문사회 <이슬람 학교> 이희수 (2) 3 이재민 2015.12.09 1991
1375 자연과학 <인간 존재의 의미>-에드워드 윌슨 박용태 2016.09.30 557
1374 자연과학 <진화하는 물> 제럴드 폴락 박용태 2017.06.20 244
1373 자연과학 <진화하는 물> 제럴드 폴락 박용태 2017.06.20 365
1372 인문사회 <통찰의 시대> 에릭 캔댈 (1) 이재민 2015.12.09 2051
1371 인문사회 <통찰의 시대> 에릭 캔댈 (2) 이재민 2015.12.09 1959
1370 자연과학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 2015) 2 고원용 2015.10.03 6439
1369 ' 아파야 산다'/ '우리 몸은 석기시대' 을 읽고... 최유미 2011.11.28 2163
1368 공지 '06-46 배려 이병록 2007.01.07 1970
1367 공지 '07-47 살라딘 십자군에 맞선 이슬람의 위대한 술탄 1 이병록 2007.01.07 2322
1366 '가이아의 복수' / ' 긴 여름의 끝' 을 읽고.... 2 최유미 2011.11.24 2449
1365 공지 '같기도하고 아니같기도 하고' 중 '환원주의와의 싸움' 3 고원용 2008.12.01 6540
1364 공지 '교단일기'를 읽고 김미 2006.10.27 2087
1363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신동찬 2011.11.02 1894
1362 공지 '꿈꾸는 기계의 진화'를 읽고 5 엄준호 2007.05.14 3516
1361 자연과학 '나쁜 유전자'를 읽고((바버라 오클리, 살림출판사) 2 정인성 2009.04.29 2951
1360 기타 '내 짝꿍 최영대'를 읽고 조예진 2010.03.07 2837
1359 공지 '도시 풍수'를 읽고 2 강민균 2007.04.14 2884
1358 공지 '동물이 보는 세계, 인간이 보는 세계'를 읽고 1 엄준호 2007.02.22 2556
1357 자연과학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을 읽고 4 신동찬 2010.03.22 31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72 Next
/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