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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마음 -월터 프리먼-

by 이재우 posted Sep 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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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을 겪고 난 뒤 종종 사람이 달라진 걸 볼 수 있다.


이 변화는 큰 일이 준 스트레스가 극단에 도달해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상태에 다다르고, 쓰러지는 과정에서 폐기학습(이전에 가졌던 행동패턴들의 소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파블로프는 이 상태를 한계를 넘어선 억제라고 부른다. 이는 군사훈련장, 대학의 동아리, 스포츠 팀 등의 훈련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을 한데 묶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망각을 이용한 새로운 동화(同化)의 성립인 것이다.


 


우리로서는 상상력에 흠뻑 빠져 놀이에 혼을 놓고 있는 동물과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자각하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나 자신을 자각하지 않을 때 가장 훌륭한 솜씨를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 경지에서는 목표만이 자각될 뿐이다.(269)


 


어떤 운동을 배울 때 처음엔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 의식적으로 깊이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운동을 하는데 의식보다는 무의식에 의존하는 비율이 더 커진다. 흔히 육감이라 부르는 그 무엇인가에 의해 더욱 과감하게 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자신을 잊고 행위에 완전히 몰입할 때에 최고의 성취와 즐거움이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지향성은 해당 행위가 이루어지는 순간마다 삶의 모든 경험을 동원해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모든 감각계의 통일을 불러 일으킨다.

 

지각작용은 대부분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그 과정에 간헐적으로 자각이 일어나 샘플을 추출하여 표시까지 해둔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그 샘플들이지, 그 과정이 아니다.(45)

 

언덕을 굴러 내려가는 돌과 사람의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은 자신이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뿐이라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우리에게 의지는 없고 의도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애써 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하게 되는 일들을 우린 습관이라 부른다. 이는 우리 몸이 다가올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준비시키고, 그 행동을 현실로 옮길 수 있도록 만드는 몸의 작용이다. 저자는 이 무언가를 준비하게 만드는 상태를 감정이라 부른다. 쉽게 말해 감정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인간의 관념들은 인간 존재를 이루는 일상의 행동과 관심에서 나온다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인간은 인간이 취하는 행동을 통해 존재하게 된다. 이는 곧 지향성이 의식을 앞선다는 말이며, 행동이 지각을 앞선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투에서의 승리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폴레옹이 먼저 뛰어 드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보여.’라고 대답한 것처럼 말이다.

 

지각은 기억의 맞춰봄에 다름 아니다.

 

나는 지금 기억들을 쌓아가며, 기존의 기억들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기억들을 창조해내기 위해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1927년에 출생한 월터 프리먼은 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2차 세계대전 중 해군에서 전자공학을, 시카고 대학에서 철학, 예일대학에서 의학,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내과학, UCLA에서 신경정신병학을 공부하고 1959년 이래로 UC버클리에서 뇌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의 삶은 책 속에서 한 말처럼 뇌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는 여러 학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것 같다. 아니, 삶을 대하는 경건함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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