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공지
2007.12.08 08:58

"이보디보"를 읽고

조회 수 2818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보디보





션 B. 캐럴, 2005(2007역, 김명남)





에델만의 의식 이론 때문에 너무 머리가 아파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이 책을 잡았다. 그리고 이틀만에 읽어버렸다. 정말 좋은 책이다. 내용도 훌륭하고 번역도 참 잘되었다. 역자는 화학을 전공하신 분인데 생물학과 관련된 내용의 책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번역해 내다니!





저자인 캐럴 박사는 진화발생생물학 분야의 대가이다. 논문을 검색해 보면 100여편의 논문 중에는 Cell, Nature, Science 등 유명 저널에 실린 논문들이 다수이다. 이 책은 동물의 몸 구조와 그 다양성이 어떻게 출현할 수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생물에 잠재되어 있는 “진화가능성”에 관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앤드류 H. 놀은 “생명, 최초의 30억년”에서 생물의 진화 역사를 “생물의 잠재적 진화가능성”과 “환경의 기회”로 설명한 바 있는데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생물의 “진화가능성”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남고 있다.


그리고 역시 고수들간에는 통하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이 책의 뒷표지에는 짧지만 격찬이 담긴 놀의 서평이 실려 있다.





“션 캐럴은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적 발견을 눈을 땔 수 없을 만큼 멋지게 설명한다. 통찰력과 정확성과 열정을 뒤섞어 생명이 보여주는 두 가지 위대한 기적, 즉 알에서 성체가 되는 발생의 과정과 물고기가 사람이 되는 진화의 여정을 한꺼번에 설명해내고 있다.”





생물계에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두 가지 놀라운 현상이 있다. 하나는 몇 mm 크기의 작은 수정란(하나의 세포)으로부터 커다란 개체(종류가 다른 수 많은 세포로 이루어진)가 발생되어 나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주변에 보이는 생물들의 엄청난 다양성이다. (지구 전체에는 1000만 종이상의 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그 흔한 딱정벌레의 종류만도 30만 종이나 된다)


어려운 말로 하자면 개체 발생과 계통 발생의 문제이다. 이 책은 이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생물의 개체 발생과 계통 발생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물계에서 볼 수 있는 매우 보편적인 원칙 하나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생물은 어느 수준에서든 간에, 새로움을 언제나 기존의 것들을 조합 또는 복제(중복) 및 변형시킴으로써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생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고 “유”을 달리 조합하거나 약간 변형하거나 기존의 것을 우선 복제한 후 그 복제물을 변형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다. 이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개체 발생과 계통 발생의 문제에서도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1) 작은 수정란으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커다란 개체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 개체 발생의 문제, 복잡성 문제


상상해보면 놀랍기만 하다. 단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으로부터 10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그것도 200종류 이상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이 만들어지다니!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일들 중에서 이 만큼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또 있을까? 더구나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100조개의 세포들은 모두 동일한 유전자들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동일한 유전자들을 지니고 있는 세포들이 그렇게 모양도 기능도 다를 수가 있을까?


또 발생 과정에서는 세포들이 종류와 기능에 따라 각자의 위치로 이동하면서 배아 전체가 놀라운 형태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답하기 어려운 의문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저자가(발생학이) 제시하는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본론에 앞서 우선 한 가지 전제는 수정란과 이것으로부터 복제되어 나오는 모든 세포들은 몸 전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주요 정보(모든 정보가 아니라)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 그런데 어찌하여 A 세포는 심장세포가 되고 B 세포는 신경세포가 되는가? 또 A 세포는 여기에 위치하고 B 세포는 저기에 위치하게 되는가?


 그 이유는 두 세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 왜 같은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세포들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다른가?


 이유는 세포의 내,외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둘러싸고 있는 맥락이 다르면 같은 유전정보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즉 각기 다른 유전자 조합이 발현되는 것이다. 발현되는 유전자들이 다르면 만들어지는 RNA와 단백질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일어나는 생화학반응들이 달라진다. 결국 세포의 정체성(모양과 기능)과 위치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왜 세포 내,외의 환경이 달라지는가? 왜 어떤 세포가 처해있는 환경이 다른 세포와 다른가?


여기 발생 중에 있는 배아에 한 세포(A 세포)가 있다. A 세포는 주변 세포 및 주변 물질들의 영향을 받아 특정한 유전자 발현 패턴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분열하여 주변 세포들에게 변화된 환경의 일부로서 제공된다. 이제 A 세포 주변에 있던 세포 B는 변화된 주변 환경의 영향에 의해 전과는 다른 새로운 유전자 발현 패턴을 갖게 되고, 분열하여 또 다시 주변에 유전자 발현 패턴을 변화시킬 새로운 환경을 제공한다. 발생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계속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작동처럼...





개체 발생 문제와 관련하여 한 가지 더 언급해야 할 것은 기능과 위치가 다른 두 세포간에 발현되는 유전자들이 다르다고 할 때 이것이 모든 유전자들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유전자들의 발현이 두 세포에서 중복된다. 예를 들어 척추동물의 능뇌 발생과정을 보면 7개의 분절(r1 - r7)이 만들어지는데 미래에 기능을 달리하게 될 r2, r2, r3 분절 모두에서 hoxa2 유전자가 발현된다. 그러나 r3에서는 hoxb2, r4에서는 hoxb2, hoxb1이 추가로 발현되기 때문에 3개의 분절에서 hoxa2가 놓여있는 맥락이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같은 유전자이지만 기능도 달라진다. 생물이 이렇게 같은 유전자를 여러 가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2) 어떻게 단순한 생명체로부터 이토록 다양한 형태를 가진 동물들이 생겨났을까?


- 계통 발생의 문제, 다양성 문제


우리 주변을 둘러 보면 정말 다양한 형태의 동물들이 존재한다. 우선 동물만 놓고 생각해 보더라도 작은 곤충류, 물 속의 어류, 하늘을 나는 조류, 커다란 포유동물들...


실로 경이로울 따름이다.


형태가 다른 동물은 가지고 있는 유전자들도 모두 다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기능과 형태가 다른 두 세포간에도 동일하게 발현되는 유전자들이 있듯이 형태가 매우 다른 동물들간에도 똑같이 발현되고 있는 많은 유전자들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놀라운 사실들 중 한 가지를 예로 들어 보자. 초파리의 눈 형성에 관여하는 “eyeless"라고 하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초파리는 정상적인 눈을 가질 수 없다. 쥐에도 눈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그것은 “small eye”라고 부른다. 그런데 eyeless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인 눈이 발생할 수 없는 초파리의 배아에 쥐로부터 분리한 정상적인 “small eye” 유전자를 이식해 보았다. 그랬더니 초파리의 배아는 정상적인 눈을 가진 초파리로 성장했다. 악! 이 무슨 말인가? 곤충의 눈과 포유류의 눈 구조가 그렇게 다른데 어떻게 그것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똑같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실제로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그간의 발생학 연구들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비록 절지동물과 척추동물과 같이 몸 구조에 큰 차이가 나는 동물들간에도 그들의 몸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유전자들간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사한 유전자들을 사용하여 그토록 다른 몸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이 가능한 데에는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 먼저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와 실제로 몸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유전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발현 차이는 이 책에서 유전자 스위치라고 표현한 유전자 발현 조절 부위의 차이에 기인한다. 즉 두 동물이 같은 유전자들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유전자들에 대한 발현 조절 장치에 차이가 있다면 두 동물에 실제로 발현되는 유전자들의 조합은 달라진다. 이것이 유사한 유전자들을 가지고도(달리 표현하자면 소수의 유전자들을 가지고도) 형태가 다른 동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유전자 수준에서의 작은 차이로 형태가 매우 다른 동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유전자 작용 기작의 특성들과 관계가 있다. 생체 내에서 유전자 기능은 대부분 관련된 표현형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 많은 연속적인 하위 단계 유전자들에 대한 영향을 거쳐 발휘되게 되어 있다(cascade effect) . 더구나 일반적으로 개개의 유전자들은 특정 반응에만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반응들에 관여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유전자 기능의 이와 같은 속성 때문에 어떤 유전자(master gene 또는 hub gene)의 작은 변화는 세포 전체 나아가 개체의 형태 및 기능에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동물의 모듈식 구성이 복잡성은 물론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열쇠이다. 동물 몸의 모듈식 구성은 하나의 구조가 다른 구조들을 건드리지 않고도 큰 폭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예를 들어 절지동물과 척추동물의 형태와 기능이 크게 차별화된 것은 모듈의 연속 반복 구조들마다 hox 유전자들의 발현 패턴을 달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와 같은 원리들이 대진화 즉 종분화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보디보 즉 진화발생생물학은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는 바와 같이 진화론의 현대적 종합에 튼튼한 초석이 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진화 교육과 창조론에 대한 대응과 관련하여 언급한 부분에 공감을 표한다. 즉 대학을 포함한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칠 때 이보디보를 활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는 저자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보디보는 진화와 관련하여 시각적이고 매우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진화론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창조론과의 싸움과 관련하여 이것이 “비생산적이고 무익하다”는 저자의 견해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공감을 표한데 과학은 터무니없는 종교적 견해를 반박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자체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성과를 효과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전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마땅할 것이다.







  • ?
    송윤호 2007.12.08 08:58
    정말 이보디보를 다시 본 느낌의 독후감입니다 ! ^^ 마지막 문단에 창조론에 대한 대응 관련한 내용에서도 저 또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
    임성혁 2007.12.08 08:58
    오늘도 비생산적이고 무익한 일들로서 소중한 생명의 기한 중 하루를 허비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치 사막에서 우물을 파겠다고 삽질을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6 공지 "산 에 는 꽃 이 피 네" 박종두 2004.02.08 1675
1415 공지 "상 실 시 대" 박종두 2004.02.08 1795
1414 공지 "생각의 오류"를 읽고 1 엄준호 2007.12.24 2971
1413 공지 "생각의 탄생" 독후감 4 김미희 2007.11.14 4003
1412 공지 "생각이 솔솔~ 여섯 색깔 모자" "One Page Proposal" 엄재윤 2004.03.24 1768
1411 공지 "서희 협상을 말하다" 2 권현분 2004.08.07 2043
1410 경영경제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나린 저 3 김영훈 2009.07.16 2737
1409 "신의 방정식"을 읽고 11 표태수 2009.05.11 3079
1408 공지 "아 버 지" 박종두 2004.02.08 1614
1407 자연과학 "아윈슈타인이 직접 쓴 물리이야기"를 읽고 6 표태수 2009.07.01 3795
1406 공지 "연 어" 박종두 2004.02.08 1632
1405 공지 "연 탄 길" 박종두 2004.02.08 1702
1404 공지 "열 려 라 거 미 나 라" 박종두 2004.02.08 1850
1403 공지 "오만 과 편견" 박종두 2004.02.08 1741
1402 공지 "운수 좋은 날" 박종두 2004.02.08 1919
1401 "원자와 우주 사이"(마크 호 2007;고문주;북스힐 2011) 고원용 2012.11.12 2048
1400 공지 "의식의 탐구"를 읽고 1 엄준호 2006.09.29 2102
» 공지 "이보디보"를 읽고 2 엄준호 2007.12.08 2818
1398 공지 "창 가 의 토 토"[1] 박종두 2004.02.08 1777
1397 공지 "창 가 의 토 토[2] 박종두 2004.02.08 173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72 Next
/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