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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나 아닌 다른 내가 있다.


나는 그 나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기계에 불과하다.


나의 이름은 유전자이고 그의 명령을 받는 또 다른 나의 이름은 뇌다.


가끔 명령을 받는 나는 유전자의 명령에 불복하며 피임이나, 복지국가라는 것을 만들어 반기를 들기도 한다. 때로는 부모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 효가 되기도 한다는 말처럼 뇌는 유전자의 부족함을 채우려 혹은 진화의 방편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시도하며 실행하며 전달시킨다. 나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해.


 


내가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위한 도구라는 것이 그리 기분 나쁘거나 마음 상하는 일은 아니다. 거대한 공동체적 생존기계에서 DNA를 위한 운반자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서 나와 세상이 지금과 달라질 것은 없다. 뇌가 만든 세상에서 하나의 톱니처럼 살아가든 유전자의 운반자로 살아가든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가든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가고 또 살아갈 것이다. 다만 이런 앎으로 인해 넓디 넓고 다양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고 나를 낮추고 세상의 기운을 느끼며 그 속에서 하나 되어 함께 굴러가는 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자신은 머리가 좋지 않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거짓말을 시작하면 그 거짓말을 위해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고 그 거짓말을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거짓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에 그는 그것들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책에 의하면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에서 몽테뉴에게 필요한 것은 무표정이다. 진화한 거짓말이 무표정한 얼굴이라고 한다. 상대에게 자신을 감추고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도록 진화된 고수들의 처세.

 

 

철저하게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무표정한 얼굴을 하는 편이 좋은 것은 왜 그럴까? 역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안정된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개체가 지구전에서 정말로 장시간 버틸 작정일 때에만 목의 털을 세운다고 생각해 보자. 상대의 대응되는 계략이 진화될 것이다. 즉 상대가 목털을 세우면 즉시 포기하는 작전이 된다.

그러나 여기서 거짓말이 진화되기 시작한다. 실제로는 장시간 버틸 작정이 없는 개체가 어떤 지구전에서나 털을 세워 쉽게 승리의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거짓말쟁이의 유전자가 퍼져 나갈 것이다. 드디어 거짓말쟁이가 대세를 차지하면 선택을 이제 그 속임수를 감지한 개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거짓말쟁이는 다시 그 수가 감소할 것이다. 지구전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무표정한 얼굴은 진화적으로 안정적이다.(156)

 

 

이렇게 우리는 진화한다.

개체의 생존과 번식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자 존재 이유인 유전자의 지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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