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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회장실에서 무엇을 읽느냐,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적당한 책만 주어진다면 노동의 고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클라우드 나인의 쾌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내 화장실용 필로폰은 사회과부도였다. 중학생 아들을 둔 상사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구했는데, 이 책은 거의 일년 동안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사회과부도의 지도를 펼치면 땅의 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고 도시마다에서 이국적인 냄새가 풍겨나는 것 같다. 낯선 지명을 읽어가다 보면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과 풍경들이 살아나서 정신이 애매모호한 상태가 된다. 2차원의 지도는 여러 차원의 이야기들을 내포하고 있다. <총.균.쇠>에서도 얘기되었지만, 땅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습성과 역사,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시아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한 후부터 매번 지도의 필요성을 간절히 느꼈다. 지도 없는 역사책 읽기는 구름 속을 헤매는 것과 같았고 원인 없는 결과만 나열하여 읊어대는 기분이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펴낸 <아틀라스> 시리즈는 이런 점에서 아주 훌륭한 책이다. 중국사, 세계사, 한국사에 대한 책이 부지기수지만 상세한 지도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실크로드가 왜 하필 사막을 따라 형성되었는지, 낙양과 장안, 항주가 왜 번성했는지, 정화가 어떻게 바다를 휩쓸고 다녔고 홍군이 얼마나 먼 길을 걸었는지, 유목민들과 농경민들이 왜 구분되어 수시로 싸워댔는지 등을 매 페이지 마다 상세한 지도로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인 5명의 학자들은 시기별로 전문 분야를 나누어 3년 동안 집필했다고 한다. 독창성 있는 글과 지도를 만들기 위해 수 없이 새로 쓰고 고치기를 반복해서 저자들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독자인 나 역시 이게 만만하게 볼 책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중국사 공부의 기본으로 삼아도 될 것 같다.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깊이가 있으며,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저자의 견해와 해석이 꿀처럼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내용 또한 흥미진진하여 읽기에 즐겁다. 여기에 무엇을 더 바랄까.


중국사의 교과서로서 이 책에 충실하다면 이를 큰 줄기로 하여 잔가지로도 쉽게 흘러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주엔 수능시험이 있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꼭 "교과서에 충실했어요" 라고 재수 없게 말하는 애들이 TV에 나오게 마련이다. 나도 이번에는 소원성취하여 여기서라도 재수 없는 말을 한번 해봤으면 한다.


"교과서에 충실합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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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수 2007.11.11 09:02
    최근 몇주동안 일요일 아침이 멍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독서하면서 사회과부도가 공부에 도움이 된다니.... 미처 생각 못한 부분입니다. 다음 100books 탐사팀이 꾸려지면. 양경화 회원님은 지리 전문가로 합류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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