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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문득 매 맞고 남는 시간에 간간히 공부한 것 같았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도마 위에서 고기를 저밀 때처럼 온 몸이 연해지도록 고루고루 두들겨 맞으면서 난 아픔보다는 두려움을 배웠다. 저항해선 안 돼. 말대꾸도 안돼. 똑바로 선생 눈을 바라보지도 마. 잠시 꾹 참기만 하면 돼.


교실 뒷자리에서 고개를 쳐 박은 채 처절한 복수를 기도했지만 그것은 그저 마음뿐이었다. 난 아주 말 잘 듣는 모범생으로 통했다.





그 때만 생각하면 분노와 함께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난다. 나는 왜 그들의 비합리적인 매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어렸기 때문일까?


난 그들이 너무나 무서웠다. 나중엔 그들이 규제하지 않은 것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정한 행동의 범주 밖으로 넘어서려 하지 않았다. 그들의 심기를 건드릴 경계선 가까이로 가는 일은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선 내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천황제가 일본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을 미치고 있는지, 천황제의 기원부터 영향까지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만화라고는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대학 축구부 주장인 진은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에 대해 경의를 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축구부에서 퇴출된다. 축구부의 천황으로 통하는 선배는 갖은 혜택을 미끼로 복종과 순응을 요구하지만 진은 이를 거부한다. 진은 천황제를 공부하면서 왜 이런 문화가 일본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지를 배우게 된다.


그가 알아낸 결론은 이렇다. 천황제는 그 기원부터 날조된 것이며, 천황에게 전쟁범죄의 책임이 분명히 있으며, 국민들이 숭앙시하는 지금의 상징천황제 역시 미국의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천황제가 일본인들을 얽어맴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빼앗고 사회구조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일본에 대한 얘기라면 일본 이해 차원에서 그칠 수 있지만, 김규항이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과연 ‘우리 안의 천황제’가 없냐고 물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선생들이 사라지고 매질이 사라진 지금 난 과연 자유로운가?


부끄럽게도 상하관계가 엄격한 조직 내에서 난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부드러운 공기로 가득 차 있을 뿐인 형태가 없는’ 권력에 복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복수의 대상마저 없어졌다. 무서운 일이다.





만화책 <맛의 달인>으로도 유명한 이 책의 저자 가리야 데쓰는 마지막으로 정신이 번쩍 나는 말을 던졌다. 두렵지만 새겨들을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선한 민족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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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중 2007.10.20 02:29
    ^^맘 깊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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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혁 2007.10.20 02:29
    도마 위에서 고기를 저밀 때처럼 온 몸이 연해지도록 고루고루 두들겨 맞으면서, 나는 아픔보다는 두려움을 배웠다. -대단한 표현이네요!!!.저는 공부의 목적이 뭐냐고 물으면 단순히 ["내일"을 알기 위함 입니다] 라고 답합니다.-여러 이유 중 하나는 내일을 알면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지요.그런데...없앨 그 두려움으로 그 목적을 달성 시키려 하는 원시폭력교육!!-편하고 쉽게 가르치려는 "어른들의 게으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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