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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결정본을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사에 대한 명작들을 번역해 내고 있는 김호동 교수가 1999년에 직접 쓴 책이다. 중앙아시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이는 어떤 식으로든 그의 책을 거쳐 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내가 골라둔 책의 대부분도 그가 쓴 책들이다.




8세기의 혜초, 13세기의 마르코 폴로, 20세기의 스벤 헤딘에 이어 21세기의 김호동 교수는 중앙아시아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어떤 책이든 다른 책과 구별되는 특별한 관점과 내용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다른 탐험기나 여행기와 판이하게 달랐다.


저자는 이국의 문화적, 자연적 특성을 과감히 생략했다. 여행자로서의 감상과 경험 대신, 중국이라는 명칭 아래에 속해있으면서도 여기에서 벗어나고자 변방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소수민족-티베트족, 회족, 몽골족, 위구르족-의 과거와 현재를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고자 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진정한 아픔을 모르고 과연 그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소수민족들이 사는 지역을 다니면서 그들의 조상이 남긴 화려한 문화적 유산보다는, 고통스럽지만 소중한 그들의 역사와 오늘 이 시대를 사는 그들의 소망을 더 알고 싶었다. 또 내가 그들의 역사를 공부하며 배운 것들을 거리에서 만난 그들의 눈과 몸짓에서 찾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중국에 대한 나의 지식은 거의 무지에 가까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무엇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거대한 땅, 만리장성, 화려한 문화, 10억이 넘은 인구, 달라이 라마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망명과 저항, 그리고 불같이 타오르고 있는 경제, 여행자들에게 주워들은 도시의 화려함과 시골의 초라함...



그게 중국의 다가 아니다. 전 국토의 1/3에 살고 있는 6700만 명의 소수민족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계속 지배하고 있다면, 그래서 이 땅이 대외적으로 일본이라 불리면서도 억압과 통제를 받고 있다면, 우리의 심정이 지금 중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의 심정과 비숫하지 않을까. 일본을 관광하기 위해 들어오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 땅의 과거가 어떠하였으며 누가 살고 있는지를 모른 채 경치나 유적만 구경하고 떠난다면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비통할까.



많은 여행기들을 보았다. 자전거로, 차로, 오토바이로, 혹은 걸어서 이국의 땅을 지날 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언급한 책은 드물었다. 대부분 감상과, 낭만과, 우연한 만남과 경험들이 범람하고 있었다. 저자들의 시선은 대부분 외부보다는 내부, 즉 이국땅을 걷는 자기 자신에게로 향해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재미있고 때로는 감동적으로 읽었지만, 값비싼 돈과 시간이 소비되는 여행이 단지 그것만을 경험하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거실에 앉아 TV에서 하는 외국 풍물기행을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피상적으로 여행을 ‘동경’했던 내게, 진정한 여행이란 두꺼운 책의 한 줄 한 줄을 일일이 발로 짚어나가는 순례와 같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자아를 발견하고, 멋진 경치를 보고, 낯선 경험을 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차적인 선물일 뿐이다.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중국 소수민족들의 역사와 인물들을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국을 여행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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