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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에서는 최근에 문명기행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그 첫 번째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었고, 두 번째가 바로 이 책 <티베트 원정기>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스벤 헤딘이라는 스웨덴 탐험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어릴 적 탐험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20세였던 1885년부터 1935년까지 무려 50년간이나 아시아 대륙을 탐험했다. 말 그대로 전 인생을 바친 셈이다. 스벤 헤딘의 여행을 ‘탐험’이라고 말하는 것은 순례나 관광 목적이 아니라 지리학적인 탐사를 목적으로 여행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러 국가(스웨덴, 러시아, 독일 등)에서 그의 탐험을 지원했다.


스벤 헤딘은 아시아 대륙 탐험을 위해 대학에서 지리, 지질, 생물, 언어를 공부했고, 여행 기록을 위해 소묘까지 배웠다. 덕분에 다른 여행기와는 달리 이 책에는 그가 직접 그린 생생한 스케치가 가득할 뿐만 아니라 몇 장의 귀한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책 앞에 실린 지도를 보면, 모든 땅을 밟아보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것처럼 그의 발자국이 티벳과 투르키스탄 지역을 뒤덮고 있다. 수십 마리의 양, 말, 나귀, 야크, 그리고 열명이 넘는 대원들을 이끌고 그는 5000m가 넘는 지옥 같은 산맥을 몇 번씩이나 넘어 다녔다. 목적은 단 하나다. ‘아시아 지도상의 최대 공백지이자 지구상의 최대 공백지 중 하나’를 ‘정복’하기 위해서이다. 그 자신도 이 탐험이 ‘유치하고 무익하고 무모하다’고 말했지만 매일 매일 맹수 같은 자연에 스스로의 목숨을 내맡긴다.





‘나는 이 미지의 광대한 지역들을 횡단하여 지도상의 공백지를 산과 강, 호수로 채워 넣고 싶었고, 마케도니아인인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2,300년 전에 발견했다고 믿었던 인더스 강의 수원(水原)에 서게 될 최초의 백인이 되고픈 야망을 품고 있었다. 또한 나는 티베트의 최고위 성직자 타시 라마가 거주하는 사원성채인 타시룬포를 통과하는 것을 꿈꿨다.’





그는 꿈을 이루었다. 목숨이 몇 개라도 살아남지 못할 만큼 거칠고 무서운 자연을 견뎌내고  타시룬포에 도착하여 타시 라마를 만나게 된 것이다.

때로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끔찍할 정도로 심한 눈폭풍을 만났다. 살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춥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 한밤중, 얼음 같은 호수의 파도와 빗줄기가 온 몸을 쉴 새 없이 때려 몸을 가눌 수가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흠뻑 젖은 몸으로 보트를 뒤집어쓰고 폭풍 속에서 ‘잔다‘. 책의 어떤 부분에서는 힘들었던 상황을 설명하다가 너무 끔찍한 경험이라서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끝내버리기도 했다. 이런 일이 매일같이 일어나니,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라도 견디지 못할 일이다.




이런 고통을 겪어내는 힘은 바로 그의 꿈이었다. 꿈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이런 무모한 짓을 시도하는 것일까. 스벤 헤딘뿐만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도 그렇다. 이성으로는 불확실하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불같은 감정을 가슴에 품고서 달려든다. 그들을 무모하다고 평할 것인가?

 


‘엎어진다’는 것. 감정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불화살처럼 내달리는 것. 그 엎어지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위대함의 근원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가 간신히 라도 서 있을 수 있는 것이 과거에 한 번이라도 엎어진 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엎어짐을 통해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꿈은 엎어짐을 자극하는 신기루다. 신기루라고 고개 돌리지 말자. 저 멀리 신기루를 향해 무모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존재하는 이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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