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조회 수 291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학고재에서는 최근에 문명기행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그 첫 번째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었고, 두 번째가 바로 이 책 <티베트 원정기>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스벤 헤딘이라는 스웨덴 탐험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어릴 적 탐험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20세였던 1885년부터 1935년까지 무려 50년간이나 아시아 대륙을 탐험했다. 말 그대로 전 인생을 바친 셈이다. 스벤 헤딘의 여행을 ‘탐험’이라고 말하는 것은 순례나 관광 목적이 아니라 지리학적인 탐사를 목적으로 여행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러 국가(스웨덴, 러시아, 독일 등)에서 그의 탐험을 지원했다.


스벤 헤딘은 아시아 대륙 탐험을 위해 대학에서 지리, 지질, 생물, 언어를 공부했고, 여행 기록을 위해 소묘까지 배웠다. 덕분에 다른 여행기와는 달리 이 책에는 그가 직접 그린 생생한 스케치가 가득할 뿐만 아니라 몇 장의 귀한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책 앞에 실린 지도를 보면, 모든 땅을 밟아보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것처럼 그의 발자국이 티벳과 투르키스탄 지역을 뒤덮고 있다. 수십 마리의 양, 말, 나귀, 야크, 그리고 열명이 넘는 대원들을 이끌고 그는 5000m가 넘는 지옥 같은 산맥을 몇 번씩이나 넘어 다녔다. 목적은 단 하나다. ‘아시아 지도상의 최대 공백지이자 지구상의 최대 공백지 중 하나’를 ‘정복’하기 위해서이다. 그 자신도 이 탐험이 ‘유치하고 무익하고 무모하다’고 말했지만 매일 매일 맹수 같은 자연에 스스로의 목숨을 내맡긴다.





‘나는 이 미지의 광대한 지역들을 횡단하여 지도상의 공백지를 산과 강, 호수로 채워 넣고 싶었고, 마케도니아인인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2,300년 전에 발견했다고 믿었던 인더스 강의 수원(水原)에 서게 될 최초의 백인이 되고픈 야망을 품고 있었다. 또한 나는 티베트의 최고위 성직자 타시 라마가 거주하는 사원성채인 타시룬포를 통과하는 것을 꿈꿨다.’





그는 꿈을 이루었다. 목숨이 몇 개라도 살아남지 못할 만큼 거칠고 무서운 자연을 견뎌내고  타시룬포에 도착하여 타시 라마를 만나게 된 것이다.

때로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끔찍할 정도로 심한 눈폭풍을 만났다. 살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춥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 한밤중, 얼음 같은 호수의 파도와 빗줄기가 온 몸을 쉴 새 없이 때려 몸을 가눌 수가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흠뻑 젖은 몸으로 보트를 뒤집어쓰고 폭풍 속에서 ‘잔다‘. 책의 어떤 부분에서는 힘들었던 상황을 설명하다가 너무 끔찍한 경험이라서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끝내버리기도 했다. 이런 일이 매일같이 일어나니,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라도 견디지 못할 일이다.




이런 고통을 겪어내는 힘은 바로 그의 꿈이었다. 꿈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이런 무모한 짓을 시도하는 것일까. 스벤 헤딘뿐만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도 그렇다. 이성으로는 불확실하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불같은 감정을 가슴에 품고서 달려든다. 그들을 무모하다고 평할 것인가?

 


‘엎어진다’는 것. 감정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불화살처럼 내달리는 것. 그 엎어지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위대함의 근원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가 간신히 라도 서 있을 수 있는 것이 과거에 한 번이라도 엎어진 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엎어짐을 통해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꿈은 엎어짐을 자극하는 신기루다. 신기루라고 고개 돌리지 말자. 저 멀리 신기루를 향해 무모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존재하는 이들일지도 모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6 공지 피천득 시인의 시집을 읽고 (47th) 1 송근호 2007.06.26 3023
395 공지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최정수)- (문학동네) 2 이재우 2007.06.26 3167
394 공지 이유 있는 아름다움 - 지상현 1 양경화 2007.07.06 2893
393 공지 이것이 한국화다 - 류병학 1 양경화 2007.07.10 2995
392 공지 꿈꾸는 기계의 진화 - 로돌포 R. 이나스 4 양경화 2007.07.20 3033
391 공지 '스피노자의 뇌'를 읽고 2 엄준호 2007.07.24 3804
390 공지 관리자님 삭제해 주세요. 2 신영호 2007.07.27 2594
389 공지 브레인 스토리 -수전 그린필드(정병선)- (지호) 2 이재우 2007.07.29 2995
388 공지 [28] 빌 게이츠, '생각의 속도' 1 이동훤 2007.07.31 2999
387 공지 생각의 벽 -요로 다케시(김순호)- (고려문화사) 2 이재우 2007.07.31 2868
386 공지 [25] 소큐도미코, '오사카 상인의 지독한 돈벌기' 이동훤 2007.08.02 2597
385 공지 '불편한 진실'을 읽고 2 엄준호 2007.08.05 3742
384 공지 이탁오 평전 - 옌리예산, 주지엔구오 저/홍승직 역 2 양경화 2007.08.06 4572
383 공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 정수일 역주 1 양경화 2007.08.06 3030
382 공지 지식 e 윤성중 2007.08.16 2558
381 공지 [26] 노만 V. 필 '적극적 사고방식' 1 이동훤 2007.08.18 2565
380 공지 김민수의 문화디자인 윤성중 2007.08.22 2522
379 공지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 김호동 역주 1 양경화 2007.08.24 3328
» 공지 티베트 탐험기 - 스벤 헤딘 저, 윤준,이현숙 역 양경화 2007.08.26 2910
377 공지 [30] 로리 베스 존스, '최고경영자 예수' 이동훤 2007.08.29 253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 72 Next
/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