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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6 02:23

이유 있는 아름다움 - 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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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작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그림들은 신경과 호흡을 동시에 자극한다. 머리는 빈 듯한데, 호흡이 ‘허흡’하고 짧은 시간 멈추고, 이성에 앞서서 몸의 말초 부위에서 먼저 찌릿찌릿 반응이 온다. 가슴에서 퍼져나가는 피의 흐름도 불규칙적이다. 답답하면서도 아릿한 게 사랑하면서도 손을 대지 못하는 이를 앞에 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감각의 흐름을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두루 뭉실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분명 복잡 미묘한 감정인데, 그 각각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에 나온 이종상 화백의 독도 그림, 이왈종 화백의 천진난만한 선화, 강요배 화백의 서천이나 호박꽃 그림 등은 한 때 내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거쳐 간 그림들이지만, 그 때는 왜 내가 그 그림들을 좋아하는 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허...’ 하면서 그림을 들여다보다가 내 개인적 취향에 이것이 맞나보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각하지 못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몸을 자극하는 그림들은 길고 긴 세월 동안 세포들이 기억해 온 균형과 안전, 조화의 원형에 근접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데, 세포들은 기억하고 있다....





화가들은 본능적으로 이 기억의 원형을 ‘느끼고’, 이를 다시 시각의 형태로 되살려내는 것 같다. 세포가 제시하는 하나의 주제를 재현하여 평면 위에서 변주한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 오랜 과거를 아우르는 힘, 이를 손끝에서 표현해 내는 고도의 운동.


그 결과로 이루어진 그림 앞에서 내 몸 속의 세포들은 그림이 보여주는 원형의 진동에 공명한다. ‘같은 주파수다! 우리도 합창하자, 크게, 크게...!’


화가의 세포와, 그의 그림과, 내 몸 속 세포들이 공명하는 화음.


분명 이유 있는 아름다움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화가들이 훨씬 존경스러워졌다. 그들이 그림을 잘 그리기 때문이 아니다. 훌륭한 화가야 말로 본질을 통찰하고 이를 표현해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명성은 그냥 오지 않는다. 이종상 화백을 만나게 될 다음 토론회가 더욱 기다려진다. 




  • ?
    이상수 2007.07.06 02:23
    그림, 시, 춤 등은 모두 무엇인가를 표현한다는 것!
    그 표현을 위해서 사물에 대한 것이던 그 본질에 대한 것이던 또는 표현 기교 방법에 대한 것이던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화가들이 한가지 사물(주제)에 대해서 그리고 또 그리다가 보면 화백에게 이제 되었다 싶은 그림은 의도적이었던 아니었던 (이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림에 자연에 숨겨진 아름다운 수치적 비율이 표현되어 또는 화가가 보여주고 싶은 어떤 느낌이 다시 일반 감상자에게 그 느낌이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만법이 일법이다'라는 말이 떠 오르는데 철학자가 고민하는 것과 예술가가 고민하는 것은 결국 같은 의미를 지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결국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 그림이 단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그림을 보는 안목을 키워야 그림의 진짜 아름다움에 눈 뜰 수 있을텐데... '막연히 좋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을 표현하시는 분들께 실례가 될 것 같습니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목숨도 바친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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