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는 왜 읽을까. 그것은 마약과도 같아서 떨칠 수가 없다. 나중에 읽으려고 사둔 이 책을 표지만 보며 며칠을 견디다가, 결국 집어 들고 말았다. 역시나 일상이 휘청하고 흔들린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살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언제쯤 나는 떠날 것인가로 생각이 줄줄이 늘어지는 것은 이젠 통과의례다.
On the Road - 박준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 모여든 장기 여행자들. 배낭 매고 대책 없이 세상을 헤매는 사람들. 그들은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으며, 인터뷰라고는 하지만 별다른 이야기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산다는 점, 그리고 한 발을 다람쥐 쳇바퀴 밖으로 내디뎠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밤낮으로 시끌벅적한 카오산 로드의 소음을 들었고 거대한 배낭을 짊어진 온갖 나라의 배낭족들 보았다. 그들의 몸에 밴 먼지와 바람 냄새까지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