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에서 소개한 닭과 메추라기의 키메라 실험을 떠올려 보자. 메추라기의 신경관을 이식받은 닭의 배 안에서 닭의 흉선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메추라기의 신경관에서 유래한 색소세포도 피부에 분포하기 시작한다. 뒤에 발생하게 되는 닭의 흉선은 메추라기 유래의 신경세포와 색소세포를 ‘자기’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리하여 메추라기 색의 깃털을 단 닭, 즉 키메라 동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후 몇 주 사이에 닭의 면역계는 갑자기 메추라기 유래의 세포를 ‘비자기’로 간주하기 시작한다. 메추라기 세포를 발견한 닭의 T세포는 그것을 이물로 배제하는 것이다. 메추라기의 신경세포는 거부되어 키메라는 해체되고 동물의 ‘자기’도 죽는다. 일단 이식을 받아들인 닭의 면역계가 왜 갑자기 메추라기를 배제하고자 하는가? 관용의 성립에는 아직껏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남아 있다. 이것 역시 면역학적 ‘자기’가 단순히 흉선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정해진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