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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0살이 된 아들이 학교를 끊고 싶다고 자꾸 졸라댔다. 깜짝 놀라 이유를 묻는 내게, 하나도 재미가 없다며 고민이 많다느니 비밀이 있다느니 하는 말을 내뱉는다. ‘허...억! 얘가... 벌써 이렇게 컸나?‘ 하면서도 본인이 말하는 그 “울트라 초특급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놀람을 숨기고 거의 2시간을 물고 늘어졌다.


결국 아들은 두 번째 비밀을 먼저 털어놨다. “나... 여친있어. 여친이 여자친구 말하는 거 맞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여친'이라니... 그런데, 두 번째 비밀이 여친이라면,  그 첫 번째 비밀은 얼마나 기가 막힌 것일 것인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절대로 말하지 않으려는 아들에게 나는 간신히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 비밀이라는 게... 혹시... 니 고추와 관련된 거냐?”


이것이 아들의 성장에 대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자 유일한 것이다.


“아니야~아!”


휴..... 그럼 됐다. 일단 안심하고... 그런데 고추말고 또 뭐가 있지???


내 질문을 이기지 못하고 털어놓는 아이의 울트라 초특급 일급 비밀이란 어이없게도 ‘수시로 찾아드는 기억들’이다. 공부시간이건, 잘 시간이건 어디서 보거나 들은 경험들이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어져 끊임없이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것이다.





아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참 착잡했다. 그것은 부모인 내가 아들이 매일 매일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을 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어이없게도 오직 ‘고추’에 관련된 문제로만 간주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들의 머릿속에선 지금 뉴우런과 시냅스의 폭발이 일어나고 있으며, 고추 문제는 단지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쩌면 10살 경에 겪는다는 부신 사춘기를 겪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제대로 부모 역할을 하기 위해선 ‘oo동 엄마들은 자녀를 이렇게 키운다’ 라든가 ‘명문대 가는 법’ 같은 책을 고르기 전에 이 책부터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춘기 아이들의 몸속에선 호르몬들이 요동을 치고 있으며, 그들의 뇌는 지금 대대적으로 리모델링되고 있다는 걸 안다면, 적어도 조금은 그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뇌는 사춘기에 엄청나게 변화된다고 한다. 특히, 사리분별, 동기 부여, 억제의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이 가장 크게 변하는데, 폭발적으로 가지와 뿌리를 뻗어나가다가 어느 순간 불필요한 것을 많게는 50%까지 잘라내 버린다는 것이다. 즉, 경험에 따라 사용하는 길은 미엘린으로 싸서 전달속도를 높이고, 사용하지 않는 길은 제거한다!


사춘기 아이들이 앞뒤 안 가리고 어이없는 짓을 서슴없이 해대는 것은 그들이 나쁜 인간이기 때문이 아니다. 죄가 있다면 그것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호르몬과, 방향 없이 아무 길로나 신호를 보내는 뉴우런이다.


나약한 그들은 어쩔 것인가, 뇌에선 미친 짓을 하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팔짱 끼고 호르몬의 광란을 바라보기만 해선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의 전전두엽이 부실하다는 걸 알고 있다면, 부모가 그들의 전전두엽 역할을 하라!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환경과 경험에 노출될 수 있도록 그들을 이끌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호르몬과 뇌가 행동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행동이 뇌와 호르몬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행동이나 습관에 따라 뇌에서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뉴우런들이 가지를 쳐내고 길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길이 만들어진 뉴우런은 미엘린으로 싸여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지만 경직되어 있다. 이게 사춘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고지식한’ 성인이 되는 과정이다.





저자도 말했지만, 사춘기에도 뇌가 완성되지 않고 형성 중이라면 그것은 부모나 자식 둘 다에 있어 기회이자 부담일 것이다. 과연 나는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호르몬 지옥을 견뎌낼 수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애들이랑 얘기나 해볼까 싶어 방에 들어갔더니만 온 방이 쓰레기장이고, 두 놈은 쥐새끼 마냥 찍찍거리며 방밖으로 도망친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각한다.


‘그래. 그들의 전전두엽은 아직 미성숙하지. 바른 판단을 못해서 이런 짓을 한 거야... 음... 그럼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어쩌나 마나, 결론은 명확하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소리를 지른다.


“야!!!! 빨리 와서 방 치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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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호 2007.04.15 09:30
    책 한 권 추천드립니다.
    "우리 아이 머리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유아기 뇌의 변화에 대한 좋은 책입니다.
    10살 아래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유익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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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영 2007.04.15 09:30
    저도 이책 구입했습니다. ("아기의 뇌가 어떻게 자라는지, 뇌 발달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환상적으로 기술한 ...아기를 가진 부모라면 꼭 읽어야 할 교양과학서이이다." -대니얼 골먼-) 아직 아기는 없지만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부모가 될 입장에서도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인것 같습니다. 저도 어서 서둘러 읽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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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2007.04.15 09:30
    아~! 사야 할 책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읽고 싶네요. ^^ 월급 타면 그동안 못 산책 쭉- 하고 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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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미 2007.04.15 09:30
    저도 <우리 아이 머리에서 무슨 일이 얼어나고 있을까>를 읽고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 다음 단계 책이 바로 이 책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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