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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4 20:26

'도시 풍수'를 읽고

조회 수 2884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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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가 심상찮은 책이라 마음이 끌렸다. 도시풍수라...풍수에 대해 접하게 된 때는 국사책에서 수도를 정하거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에 풍수지리설로써 이를 정하게 되었다는 구절 정도 였다. 평소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어떤 장소를 정했을 때 결과적으로 그 나라가 흥망했느냐에 따라서 정해진 수도가 명당이냐 아니냐 등의 글들을 가끔 볼때면 다 결과론이지 풍수가 얼마나 거기에 영향을 미쳤겠느냐 하는 의문이 떠오르곤 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묫자리를 정할 때 가장 많이 들어 보았다. 죽은 이후에도 명당에서 저승길에 가야지 그 길도 험하지 않다나..대부분이 이렇게 약간은 황당하고 근거없이 주장되어지는 풍수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책 제목이 도시풍수라고 지어져 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시는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꽤 오랜 세월이후에 만들어졌고  대략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에 본격적으로 생겼다고 봐야한다.. 우리나라를 보면 일제가 조선을 침략한 1900년 경 부터 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채 100년정도가 된 것이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 진 시기를 따지면 한국 전쟁 이후의 기간이므로 50여년 정도이다. 풍수라는 개념은 중국에서 삼국시대에 들어온 퍽 오래된 말인데 짧은 역사의 '도시'라는 단어와는 어울림은 어색함이 느껴졌다. (풍수라는 개념이 자생적인지 중국에서 도입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책에서 논란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이 있다면 풍수라는 개념이  도식적이고 고리타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나름대로의 체계가 있을 테지만 사회의 구조가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바뀌어 버린 지금은 과거의 잣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풍수는 땅에 관한 지리학적인 측면 이외에  사람에 관한 인문학적 측면이 보다 강하다는 작가의 주장이다.  사실 지리학적인 측면만을 놓고 본다면 작가의 말대로 '땅이야말로 전지전능, 무소불위의 신적 권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소위 명당이라는 곳을 쓰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딱히 무언가 더 잘 되었다는 객관적인 통계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수에 대해 일생동안 답을 찾아나선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는 여러 경험을 종합하여 풍수의 현대적 변용으로서의 자생풍수를 찾아났고 그것은 삶의 현장, 도시에서의 명당 만들기라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자생 풍수란 국토와 풍토에 대한 당시 거주민들의 지혜가 집적된 것이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즉, 풍수에서 어떤 정보가 아니라 변용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많은 마을을 답사하면서 주민들이 자신의 거주지를 명당으로 주장하는데도 풍수 이론상 도저히 그럴 수 없는 곳이 많다는 것을 말하면서 직접 현장에 나가서 이해관계가 얽힌 입장에서 경험해 보기를 권하고 있다.

 도시라는 곳을 말하면서 이곳을 명당이라 대놓고(?) 가리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민망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작가는 전통 풍수를 답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주지와 함께 거주민의 인문학적 성품이 현대에서는 명당을 만든다는 새로운 시각이다. 이미 정해진 명당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의 풍수란 땅과 함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여러가지 예를 통해서 말하고 있다.  너무 짧은 수필 형식의 글이  친근하게 다가오면서도 때로는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바를 산만하기도 만들기도 했다. 아쉬움이 남는 책이지만 나처럼 기존의 풍수 이론에 대해서만 선입견을 갖고 있는 분들은 한 번쯤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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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균 2007.04.14 20:26
    알라딘에 ID : kneomin 으로 리뷰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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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건 2007.04.14 20:26
    yes24에 막졸라이프로 리뷰올렸습니다. 처음쓰는 리뷰라 어설퍼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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