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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계속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집터가 잘못되었나 싶어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했다. 풍수관련 사이트에 글도 올려 전문가들의 견해도 들었다. 그것들을 종합해 내가 내린 결론은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을 설득해 30년 가까이 산 집을 팔기로 결정하고 20여명의 부동산업자와 집 보러 온 사람을 만나고 반년 정도의 기간을 거쳐, 결국 헐값으로 집을 팔게 되었다.


 


주택의 앞이 높고 뒤가 낮으면 문호가 끊기고(본래 집으로 드나드는 문이란 뜻이나 여기서는 가문이 끊김을 의미함) 뒤가 높고 앞이 낮으면 우마가 번창한다.(산림경제)홍만선의 지적이다. 대문을 들어서서 마당을 보니 둔덕이 있어 높다란데, 그 뒤로 보이는 본채가 뒤로 경사가 져서 집이 푹 가라앉은 듯이 보일 것이니 환경심리학적으로 침잠과 울적의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그런 분위기에서 사는 사람들이 명랑하기를 바랄 수는 없을 것이고 우울에 젖은 사람들이 하는 일에 성공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241)


 


북쪽이 트이고 동, , 남쪽이 2,3층 집으로 막힌 한옥이었던 우리집이 전형적인 위에서 이야기하는 집이었던 것이다. 이를 부동산 업자도 잘 아는지 4차선 도로를 접하고 있던 앞집에 비해 2배 이상 낮은 가격으로 내놓는 게 어떻겠냐고 우리에게 충고를 했고 우리는 그 충고에 따라 그 가격에 집을 내 놓았지만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집은 팔았지만, 우리의 생활은 그 집에서 살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명당을 찾던 시대는 갔다. 명당은 만들어야 할 대상이다.(39)

 

많은 도시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나, 빌라, 주택, 반 지하나 월셋방에서 배산임수를 바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명당은 그들에겐 꿈도 꿀 수 없는 이상이란 말인가. 저자는 명당은 생활의 편안함을 보장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라 말한다. 저자는 집을 구할 때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그 집에 좋지 않은 무언가를 느낀다면 아무리 좋은(?) 곳에 위치한 집이라도 구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명당이란 그곳에 살 사람들이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진정한 명당이라고 말한다.

 

태조릉은 평범하기 짝이 없고, 공민왕릉은 풍수 이론상 거의 완벽에 가깝다……..(중략)

북한에서의 일정은 툴에 박힌 것이었다. 그런데 공민왕릉 답사를 끝낸 것이 12 조금 넘어서였다. 당연히 거기서 곽밥(도시락)을 먹어야 하는데 굳이 왕건릉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곳을 보고 나니 오후 2. 그 때 점심을 먹었다. 왜 그랬냐고 물으니 그냥 그랬다는 대답이다. 내 생각은 아니다. 공민왕릉은 너무 빼어나게 아름다운 자태라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편히 쉬기에는 부적당하다. 왕건릉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84)

 

관광객들이 점심을 먹기에 명당인 자리는 빼어난 경관의 완벽한 풍수를 자랑하는 공민왕릉이 아니고, 수수하지만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인 왕건릉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다. 그 다른 바탕에서 자신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쫓으며 삶의 기쁨을 하나하나 쌓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우는 것이 현대적인 의미에서 명당 찾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우리 가족은 생활에 쫓겨 집터가 어떠니 저떠니 하는 생각을 할 시간조차 없는 바쁜 일상을한동안 계속하였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나니 생활은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싫어하던 그 집을 추억하며 그곳을 그리워하는 상황이 가끔 만들어지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안정을 찾아갔다. 누군가 그 집을 그냥 주겠다고 해도 다시 들어가 살지는 않겠지만, 그 때를 돌이켜보면 집터보다는 힘들어진 상황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려 풍수란 놈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땅은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나완 맞지 않는 곳이었던 것 같다.   

 

좋은 땅이 아니라 맞는 땅이 명당이다.

땅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맞고 맞지 아니함의 차이일 뿐이다.(382)

 

저자는 땅을 진정으로 갖고 싶다면 땅과 우정을 나누라 이야기한다. 친구처럼 공간과 친해져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 이란 등식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돈이 아니고서는 그 어떤 것도 주목 받기 어려운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가 발 디디고 서 있는 이곳의 주인을 결정하는 문서 하나를 갖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생하며 함께 살며 보다 크고 깊은 생의 기쁨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삶이 보다 나은 삶이 아닐까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 ?
    조동환 2007.04.10 03:29
    "집터보다는 힘들어진 상황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려 풍수란 놈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말에 공감이 가는군요.
  • ?
    정영옥 2007.04.10 03:29
    땅에 대한 애정, 자연에 대한 애정이 동반되어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잘사는 세상이 만들어지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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