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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1 09:00

뇌와 창조성

조회 수 2400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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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인터넷의 출현으로 인간성 소외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저자인 모기 겐이치로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현상을 해석한다. 컴퓨터의 출현으로 단순작업에서 해방된 인간의 뇌가 더 큰 창조성을 발휘 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렇기도 한 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처리하는 일을 인간의 노동력에만 의존해서 처리 한다면 하루 종일 생각할 여유와 틈도 없이 단순작업에만 매달려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단순 지적 노동을 넘어 창조성을 발휘하는 데 전념하기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바야흐로

‘창조성의 르네상스 시대 돌입!!’

뇌는 종종 컴퓨터에 비교되기도 한다. 단순히 뉴런의 연결로 인해 기억을 떠올리고 상황을 판단 하는 뇌의 기능에 기인할 때 빠르고 정확한 연산처리 능력을 갖춘 컴퓨터가 인공 뇌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접근은 그럴듯해 보인다. 머리가 좋은 아이한테 “머리가 컴퓨터 같이 좋네, 계산을 컴퓨터처럼 빠르게 하네”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는 일상의 모습을 흔히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오랜 시간 동안 ‘뇌=컴퓨터’라는 수식이 어느새 보편성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컴퓨터와 뇌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 점차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컴퓨터가 프로그램 된 처리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도록 반복 설계된 것에 반해, 인간의 뇌는 그런 것에 서툴지만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조성’ 이라는 멋진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로 이 책은 시작한다. 흔히 창조성이라고 말하면 특별한 소수의 특별한 능력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저자는‘No’ 라는 말로 일축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고 말한다. 창조성에 기인하는 행동이나 체험들은 극히 일부에게만 일어나는 일회성 현상이라고 말하지만, 그 사건들에 보편성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한번밖에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회성의 사건은 뇌 내의 장기 기억 보관소에 깊이 빠져든다. 그러고는 차츰 다른 기억과 얽혀서 문맥을 만들고 서서히 ‘나’를 변화시킬 수가 있다. ‘현재’의 사건이 준 선명한 충격은 차츰 옅어질지라도 그 영향은 뇌 내의 신경 결합 문맥 안에 잠재하여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나에겐 어떤 일회성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독서클럽에 처음나와 꿈(‘꿈’/앨런 홉슨/발표 박문호)에 대한 강연을 듣던 시절로 돌아가 볼까 한다. 그날 강연을 듣고 내가 받았던 충격에는 독서클럽 이전에 있던 일회성에서 그 단서를 찾아 볼 수 있다. 독서클럽에 참여하기 반년 전 졸업 마지막 학기 수업으로 ‘근대 고중세사의 산책’이라는 교양과목을 선택했다. 강사는 노마디즘의 저자이자 수유+너머에 계신 이진경 교수님 이었다. 대전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터라 첫 수업을 듣자 마자 교수님께 선처를 부탁 드렸다. 단 3권의 책(노마디즘1, 2권, 철학과 굴뚝 청소부)을 읽고 기말고사 전까지 독후감을 써내는 과제를을 주셨다. 기쁜(?)마음으로 일하던 중 학기가 끝날 무렵 근처 도서관에 가서 노마디즘을 검색하고 철학코너에 도착하자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두꺼운 2권의 텍스트가 보였다. “아닐꺼야.. 다른 얇은 책이 있겠지” 정말 아니길 바랬지만 800페이지가 넘는 텍스트가 한 권도 아닌 두 권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비굴하지만 교수님을 다시 찾아가 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허락 치 못했다. 끝내 아무것도 제출하지 못하고 성적이 나왔다. 결과는 D학점 이었다. 졸업 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잠깐. 심장이 굳어 지는 것 같은 느낌으로 한동안 지냈던 것 같다. 졸업을 가능하게 해준 교수님에 대한 예의로 이 책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읽겠다는 마음이 뇌리를 맴돌았다. 물론 노마디즘이라는 단어는 정말 각인되다시피 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후 박문호 박사님이 그날 발표에서 노마디즘이란 단어를 언급하시는게 아닌가? 가뜩이나 꿈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로 머리가 흠뻑 젖어 상태였거늘.. 내 두뇌 속 깊은 속에 각인된 노마디즘이란 단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날 이후로 뇌 과학에 대한 책들을 읽게 됐고 오늘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그 이후로 많은 뇌 과학 서적들을 구입하고 끝까지 읽기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엉성하게 쌓은 지식을 입에 달고 지인들에게 뇌 과학을 설파하고 다닌 적도 있었다(회원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다). 느낌이 강렬했던 만큼 채워지지 않는 지식을 탓한적도 많았다. 그렇기를 3년여..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던 에델만, 다마지오, 올리버 색스 같은 과학자들이 어느순간 편안하게 다가왔다. 뇌과학에 대해 심도있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교과서 수준의 책들을 읽어야 한다는 박문호 박사님의 말도 어렴풋이 조금씩 확연해 지고 있다.

이와같이 뇌의 역학상 사건이 뇌에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경우 정동계와 기억 시스템에 일으킨 흔들림이 클수록 그 사건이 반복될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너무 그리워서 다시 한 번 체험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은 그 만큼 그 사건이 뇌 안에 강하게 각인되었다는 말이다. 굳이 일회성의 사건을 반드시 반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독서클럽 참여를 통해 실로 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 되어 학습과 우정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살아가는 데는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만 짚고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의 사고를 인공 유리병 안에 가두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뇌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사건의 영향을 받으면서 조금씩 계속 변화한다. 중요한 일회성의 사건은 일상으로부터 단절되어 맥락도 없이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후에 일상의 연속적인 역학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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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2007.03.01 09:00
    요즘은 거의 매일 청소와 설거지를 합니다. 얼마전만 해도 그런 것들은 시간 낭비이고 쓸데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최근 그런 사소한(?) 일상들이 아주 중요한 일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독후감을 읽는 일 또한 제게 아주 사소하고, 중요한 일상입니다. 위와 같은 좋은 책을 알 수 있게 하고, 좋은 글을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이 곳이 제게 아주 평범한, 사소한 일상이 되었으면 하고 오늘도 저 자신에게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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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수 2007.03.01 09:00
    책 읽기 전에 청소와 설거지를 하면 집중에 도움이 됩니다. 저의 경우 설거지 효과가 집중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릇을 닦으며 손을 움직이고 시선을 고정하는 사이 집중도가 높아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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