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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1 09:00

강의(208) -신영복- (돌베개)

조회 수 1984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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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불교, 신유학, 대학, 중용, 양명학에 대해 성공회대학교에서 신영복님이 강의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동양학을 소개한 많은 책들이 그러하지만 이 책도 원문과 해설을 함께 수록해 나의 답답함을 더한 책이다. 왜냐하면 나는 한자를 많이 알지 못해 해설서만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책은 사전 찾아 가면서 겨우겨우 읽을 수 있지만, 한자로 된 책은 엄두가 안 나는 게 솔직한 나의 능력인지라 한자가 가득한 책을 보면 그곳에 있는 해설만큼의 한숨이 나온다. 독서여행 차 안에서 박문호 박사님의 불교강의 교재를 보며 느낀 그 절망이 또 한번 나를 엄습했다.

이런 나의 불편함을 위로하는 말이 70페이지 ‘서경’편에 나온다.

원문은 빼고 해설만 옮긴다.



불편함은 정신을 깨어있게 합니다.

…………………

군자는 무일(無逸:편안하지 않음)에 처해야 한다. 먼저 노동의 어려움을 알고 그 다음에 편안함을 취해야 비로소 백성들이 무엇을 의지하여 살아가는가를 알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건대 그 부모는 힘써 일하고 농사짓건만 그 자식들은 농사일의 어려움을 알지 못한 채 편안함을 취하고 함부로 지껄이며 방탕 무례하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를 업신여겨 말하기를, 옛날 사람들은 아는 것이 없다고 한다.(70)



이 책을 읽으며 게으름과 나태함이 생활에 가득해 독서여행 후 시작해 진도가 나가지 않는

한자 공부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한자검증시험을 치기로 맘 먹었다.

불편함은 불편함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동반한다. 그 노력은 그 불편이 깊고 넓을수록 더욱 강하고 치열하게 나타난다.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가히 ‘폭발적이다’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불편함의 의미는 조금 다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받아들인다. 그리곤 내 생활을 죄는 도구로 이용한다.



여러분은 어떤 자리가 자기에게 어울리는 자리인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지요? 이건 여담입니다만 나는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기보다 조금 모자라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터보다 집이 크면 그 터의 기가 건물에 눌립니다. 고층 빌딩은 지기를 받지 못하는 건축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 땅에 건물을 너무 많이 쌓아놓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뉴욕이나 도쿄 역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터와 집의 관계뿐만 아니라 집과 사람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집이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집에 눌립니다. 그 사람의 됨됨이보다 조금 작은 듯한 집이 좋다고 하지요.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그 ’자리’가 그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평소 ‘70%의 자리’를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30 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여백이야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70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100의 능력을 요구받는 자리에 앉을 경우 그 부족한 30을 무엇으로 채우겠습니까? 자기 힘으로는 채울 수 없습니다. 거짓이나 위선으로 채우거나 아첨과 함량 미달의 불량품으로 채우게 되겠지요. 결국 자기도 파괴되고 그 자리도 파탄될 수 밖에 없습니다.(101)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넘어서는 자리를 탐하고 그러한 자리를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30%의 자리를 탐하면서 70%의 성취만 있어도 만족하면 그만이다. 동양학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먼저 자기의 자리를 찾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저자가 ‘서경’에서 이야기한 ‘불편함은 정신을 깨어 있게 한다.’는 공식이 적용된다. ‘자리’가 그 ‘사람’보다 커서 사람이 상하게 된다면 그 불편함을 당하며 얼마나 큰 발전이 자신에게 올 것인가.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좋아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자리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것들은 다분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라 선을 긋기가 어려운 문제라 생각한다.

주역 다음엔 논어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논어를 좋아해 (물론) 해설서로 30번을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기가 되지 않고 있는 미스테리한 나의 메모리!



子曰 德不孤 必有隣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게 마련이다.(166)



지금까지는 학(學)이 객관주의적이고 사(思)가 주관주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반대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이 주관적이고 사가 객관적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매우 사소한 일화입니다만 우리 집에 저기 공사를 할 때의 일입니다. 나도 전기 수리공을 도우면서 한나절을 같이 일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의 그 전기 수리공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입니다. 집에 책이 많은 걸 보고 그 수리공이 내게 학교 선생이냐고 물었어요.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의 말인즉 선생은 참 좋겠다고 부러워했어요. 그런데 그가 부러워하는 이유가 무척 철학적이었습니다. 그가 부럽다고 하는 이유는 선생에게는 방학이 있다거나 칠판에 쓰는 것이 전기 배선작업보다 힘이 덜 든다는 것이 아니었어요. “책상에서는 한가지 이지만 실제로 일해보면 열 가지도 넘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어요. 교실보다도 현실이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이지요.

그가 주장하는 바는 요컨대 이론은 주관적이고 실천은 결코 주관적일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관념적일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가 이야기한 것은 어쩌면 단순하다, 복잡하다는 정도의 일상적 대화였습니다. 다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내용은 매우 철학적인 것이지요. 그는 마치 확인 사살하듯이 못 박았어요.

“머리는 하나지만 손은 손가락이 열 개나 되잖아요.”

내가 반론을 폈지요.

“머리는 하나지만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의 대답은 칼로 자르듯 명쾌했습니다.

“머리카락이요? 그건 아무 소용없어요. 모양이지요. 귀찮기만 하지요.”

그렇습니다. 생각하면 머리카락이란 이런저런 모양을 내면서 결국 ‘자기’를 디자인하고 합리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그 수리공도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183-184)



저자가 생활 속에서 이끌어 낸 배움과 생각에 관한 일화다. 배움을 배움으로 흘려버리지 않는 저자의 삶이 닮고 싶은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子曰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199)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207)



좋아하는 구절들이 넘쳐나 실로 담기가 어렵다.

읽고 또 읽어도 좋은 내용들을 원문으로 줄줄 외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한자 공부에 대한 열망을 채찍질 한다. -_-;

논어 다음은 맹자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구절은 빠져 있어 기억을 더듬어 한글로 적는다.

하늘이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기 전엔 그 사람이 그 일을 맡기에 적당한 사람인지 시련을 보내어 그 사람을 시험한다.

맹자 다음은 노자다.



도(道)란 어떤 사물의 이름이 아니라 법칙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노자의 도는 윤리적인 강상(綱常: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의 도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최대한의 법칙성 즉 우주와 자연의 근본적인 운동법칙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일반적 의미의 도라는 것은 노자가 의미하는 참된 의미의 법칙, 즉 불변의 법칙을 의미하는 것이 못 됨은 물론입니다. 노자의 도는 인간의 개념적 사고라는 그릇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것이지요. 우리의 사유를 뛰어넘은 것이지요.

명(名)의 경우도 도의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언어로 붙인 이름이 참된 이름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름이란 원래 약속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이름이란 그 실체를 옳게 드러내지는 못합니다. 개미에게 물어보면 ‘개미’라는 이름은 자기 이름이 아니지요. 더구나 ‘개미’라는 이름은, 개미라고 지칭되는 그 곤충(?)의 참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곤충이란 이름도 마찬가지임은 물론입니다. 비상명(非常名)일 수밖에 없지요. 사람들이 붙인 표지일 따름이지요. 사람들끼리의 약속, 즉 기호인 셈이지요. 한 마디로 언어의 한계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참도(眞道)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곳에 노자의 세계가 있는 것이지요. 개념이라는 그릇은 작은 것이지요. 그릇으로 바닷물을 뜨면 그것은 이미 바다가 아닙니다.(269)



개념이라는 작은 그릇으로 바닷물을 뜨면 그것은 이미 바다가 아니다. 정말 멋진 말인 것 같다. 불국사에 가면 무설전(無設殿)이란 강당이 있다. 강당 이름이 無設殿.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찾아보니 말이나 글은 진리를 전달하는 도구일 뿐 진리 자체가 아니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 한다. 갑자기 無設殿 생각이 났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이 ‘바다’입니다. 바다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입니다. 낮기 때문에 바다는 모든 물을 다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그 이름이 ‘바다’입니다.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지요. 큰 강이든 작은 실개천이든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임으로써 그 큼을 이룩하는 것이지요.(289)



어떤 스님이 그랬던가.

세상에 좋은 말이 없어서 세상이 이 모양이냐고.

정말 세상엔 좋은 말이 많다.



다음은 ‘묵자(墨子)’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처음인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책 속에 종이를 차고 자리를 하고 있으니 읽었다.



………………….

그러나, 열 명, 백 명을 살인하는 것이 아니라, 수만 명을 살인하는 전쟁에 대해서는 비난할 줄 모르고 그것을 칭송하고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고 있다는 것이지요. 묵자는 바로 이것을 개탄합니다.(378)



요즘으로 말하자면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반체제 인사쯤 되려나..

묵자는 하층민의 이미지고, 검소한 실천가의 모습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시대를 뛰어넘는 지식과 지혜를 다시 한번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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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2007.01.11 09:00
    '자리가 사람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에 동감합니다.
  • ?
    양경화 2007.01.11 09:00
    인쇄해서 화장실에서 곰씹으며 읽었습니다. 좋은 독후감이 책을 빛나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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